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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로 진격하는 K-스타트업]황건필 에니아이 대표 “미국 넘어 유럽·호주도 공략”③노동 집약적인 '햄버거 패티' 작업 자동화, 글로벌 시장서 주목…"내년 시리즈A 돌입"

이채원 기자공개 2024-08-21 16:50:00

[편집자주]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K-스타트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까. K-스타트업이 탄탄한 기술력과 섬세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 기존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동남아, 남미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산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휘봉을 잡았고, 주요 LP 및 벤처캐피탈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더벨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의 미래 청사진과 향후 성장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6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니아이의 미션은 ‘믿을 수 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로보틱스와 인공지능이라는 효율적인 수단을 활용해 품질 높고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나 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시 성동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어디서나’의 범위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을 향하고 있다. 그는 햄버거 로봇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에니아이는 향후 유럽과 호주 등 글로벌 각지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근무환경 개선' 수요에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 관심

황건필 대표는 1990년생으로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서 인공지능·반도체·인지 시스템을 전공하며 학사부터 박사 학위까지 마쳤다.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로봇 전문가다.


그는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단일 메뉴로 시장이 가장 크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햄버거에 주목했다.

햄버거 시장은 그가 생각하는 로봇이 쓰이는 3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했다. 그가 생각하는 세가지 요소는 먼저 산업이 커야하고, 인력이 많이 필요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이어야 한다.

황 대표는 “햄버거를 못 먹는 나라를 찾는 것이 오히려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이라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며 “햄버거를 만드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잘 짜여있다는 점에서 자동화하기에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부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 황 대표는 “글로벌 시장 조사를 한 결과 햄버거 업계에서 조리 로봇을 완성적으로 만드는 업체가 없었다”며 “2021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플립)했고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니아이의 패티굽는 로봇 ‘알파그릴’은 햄버거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에니아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알파그릴의 데모 센터를 오픈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미국의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 회사 2곳과 함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황 대표는 “미국 대형 햄버거 브랜드 2곳 모두 본사에서 에니아이 장비를 설치하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한국에서 시험하던 기술을 미국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점과 미국은 햄버거 패티 뿐 아니라 다른 식재료도 로봇으로 조리하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에니아이는 2년 연속 세계 최대 외식 박람회 ‘NRA쇼(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Show)’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보수적이고 더디게 발전하던 시장에서 새로운 자동화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미국 외식업계는 인력난이 심해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데, 강력한 수요를 판매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23 NRA쇼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황건필 대표 모습.

그에 따르면 미국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종업원들의 근속기간을 늘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황 대표는 “미국 외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평균 근속기간은 한 두달 정도 된다”며 “회사들은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해주거나 종업원들이 할 수 있는 각종 대회를 만드는 등 종업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니아이의 알파그릴은 종업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시키는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황 대표는 “햄버거 매장에서는 아침마다 누가 패티 굽는 일을 할지 가위바위보를 할 정도로 패티 굽는 작업을 기피한다”며 “알파그릴을 도입하면 어려운 작업을 로봇이 도와주니 매장 근무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시장 이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국가에서 에니아이의 로봇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단 게 그의 설명이다. 회사는 우선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 후 더 많은 글로벌 국가로 뻗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황 대표는 “미슐랭 식당에서 햄버거 메뉴를 출시하는 등 햄버거가 프랑스 외식업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며 “유럽이나 남아메리카에서도 알파그릴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고 인건비는 비싼데 햄버거 수요가 많은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니즈가 많다”고 전했다.

◇내년 본격 로봇 판매…소프트웨어 서비스 추가한 구독형 모델 출시

올해 에니아이는 본격적인 로봇 판매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다양한 고객사들과 테스트를 해서 개선 사항을 듣고 계약을 원하는 고객들을 찾아 나섰다”며 “한국에서는 알파그릴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년에 본격적으로 세일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에니아이를 써보고 싶은 고객을 찾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알파그릴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고 같이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가까운 목표”라며 “미국 본사에서 기계를 설치할 수 있는 인력과 세일즈 마케팅 팀을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알파그릴의 본격 판매를 앞두고 회사는 구독형 모델을 도입했다. 구독형 모델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조리 정확성을 높이는 ‘알파 클라우드’ 서비스도 포함된다.

황 대표는 “작은 매장에서도 에니아이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 부담을 줄이는 구독형 모델을 구축했다”며 “단순히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알파 클라우드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넣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기술지원, 교육까지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향후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과 비전 AI, 인터페이스(UI) 구축 등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 △다양한 음식에 적용 가능한 로봇 하드웨어 개발에 나선다. 따라서 내년 시리즈A 라운드를 열어 밸류업을 꾀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현재 미국 벤처캐피탈(VC)과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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