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재무분석]기아의 슬로바키아, 미국 넘볼 만큼 급증한 순익1년 만에 120%↑, 작년 연간 수치 근접…배당수익원 역할 강화 전망
이호준 기자공개 2024-08-19 12:23:55
[편집자주]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6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에는 일단 믿고 보는 현지법인이 있다. 미국이다. 지난해 기아의 미 판매법인(KUS)과 생산법인(KaGA)이 올린 순이익(4조9300억원)만 회사 전체 순이익(8조7770억원)의 56%를 차지한다. 두 법인의 자산총계도 15조원을 훌쩍 넘어 웬만한 회사 하나 둘 이상을 합친 것보다 많다.그러나 최근 미국 못지않게 돋보이는 해외 지역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슬로바키아법인(KaSK)이다. 슬로바키아법인은 기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기업으로 질리나에 연간 33만대의 생산 능력을 가진 대규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슬로바키아법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당기순이익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인이 올해 상반기에 거둔 순이익은 5380억원이다. 작년 상반기에 올린 2436억원에 비해 120%나 증가한3 수치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5510억원)에 육박한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기간 미국법인 전체 순이익(7820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미 판매법인(5528억원)과 생산법인(2282억원)을 개별적으로 놓고 따져볼 때 슬로바키아법인의 순이익(5380억원)은 미 판매법인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단일 해외법인 기준으로 올 상반기 명실상부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다른 신흥국법인들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슬로바키아법인은 안정적 성과를 보여줬다. 기아는 인도에 생산과 판매를 아우르는 인도법인(KIN)을 두고 있다. 인도법인은 올 상반기에 1077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9% 하락하는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2020년 순이익으로 전환한 뒤 매해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처음 감소세로 전환한 이례적 상황이다.
멕시코법인(KMX) 역시 마찬가지다. 기아는 2016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몬테레이 공장을 준공해 운영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하는 데 그친 21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은 187.3%였다.
러시아권역본부(Kia RUS&CIS)의 빈자리도 확실히 채운 모습이다. 지금이야 연결 손익에 잡히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권역본부는 원래 반기마다 3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던 효자 법인이었다. 작년 공장 가동이 중단된 뒤 이 큰 숫자가 빠진 데 대한 우려가 컸지만 이번 반기만큼은 슬로바키아법인이 그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걱정을 지웠다.
국내 본사의 주요 배당수익원으로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커졌다. 슬로바키아법인은 지난해 이미 1조645억원의 배당금을 본사에 지급했다. 미국 전체 법인(2조2020억원)에 이은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순이익의 급이 달라진 올해는 아마도 더 큰 배당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아는 현재 슬로바키아법인을 중국과 미국에 이은 해외 세 번째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도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내연기관 생산 설비와 전기차 생산 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슬로바키아 법인도 이를 위해 공장 증설과 관련된 설비와 유형자산 취득을 위한 구매약정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기아는 유럽에서 판매 중인 중형 세단 EV6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 등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할 모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소형 SUV EV3, 준중형 세단 EV4, 중형 세단 EV5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도 보이는 가운데 슬로바키아법인은 재무적으로도 우수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48.2%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포인트 감소했다. 기아의 연결기준 자산총계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주요 해외법인 중에서 슬로바키아법인보다 부채비율이 낮은 건 인도법인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자본 리쇼어링 차원에서 슬로바키아법인 배당금을 빠르게 키우는 상황"이라며 "순이익이 높아진 배경에 비경상적 수익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지만 일단 주요 생산 거점으로서의 중요성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복현 금감원장 "과열된 장외경쟁"...이례적 경고 파장은
- [i-point]APS, 글로벌 OSAT 앰코에 칠러 납품한다
- [i-point]메타약품,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참가 성료
- [i-point]디펜스코리아, 폴란드 로봇개발사 피아프 파트너십
- [i-point]한컴아카데미, 우즈베키스탄 41개교 '한국어 교실 개강'
- [i-point]]크라우드웍스, 가트너 ‘생성형 AI 이머징 리더’ 선정
- 뉴엔AI, 기술성 평가 통과 '2025년 IPO 청신호'
- [Red & Blue]'신규장비 매출 본격화' 큐알티, 주가 반등 모색
- [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삼성전자 출신 주축 우리넷, 가파른 성장 비결 'R&D'
- '씽크탱크' 한경협, 반도체 패권 논의 '진보·보수' 집결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강성두 영풍 사장 "콜옵션 행사가, 영풍엔 오로지 이익"
- [이사회 분석]그룹의 새 미래, HL로보틱스 핵심 인사 총집결
- [밸류업 지수 종목 분석]현대로템, 방산업계 유일 제외…주주환원 '옥에 티'
- HD현대·두산 CES 불참 가닥…주요 현안 대응 집중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참전 가능성 큰 납품·협력사…파급력 미지수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살아있는 '자사주 카드', 쉽게 쓸 수 없는 이유
- 현대차, 모셔널 대표 교체…'상용화' 해법 찾기 박차
- '2030년까지 5조'…LIG넥스원, '투자모드' 본격 돌입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엇갈린 숫자 전망, 관전포인트는 '신사업 평가'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지분 전쟁' 본격화…사촌경영에 미칠 영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