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 뚝심 한국유나이티드제약]신약 교두보 '개량신약', 오너 의지 '블록버스터' 결실되다①15년간 매년 1개 이상 개량신약 개발, 창업주 강덕영 대표의 신념 기반
정새임 기자공개 2024-09-09 09:08:28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 26위권 중견 제약사인 한국유나이티드는 수익성으로만 따지면 상위사로 정평이 나 있다. 2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며 알짜 제약사로 이름을 떨친다. 전략은 개량신약. 지난 15년 호시우보와 같이 묵묵히 한길을 팠다. 오로지 개량신약만으로 승부해 외형을 2배 이상 성장시켰다. 매출 3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둔 지금은 신약으로의 도약도 꿈꾼다. 개량신약에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여정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네릭(복제약) 일변도였던 국내 제약 시장에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개량신약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본인이다. 2010년 1호 개량신약을 시작으로 14년간 총 19개 제품을 내놓았으니 연평균 1개 이상 신제품을 만들어낸 셈이다.연매출 1000억원에 불과했던 작은 제약사가 10년 만에 개량신약 강자로 설 수 있었던 건 오너의 강력한 의지와 집중적인 투자 덕분이다. 자체 신약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만 이미 있는 약을 개량해 새로운 약으로 탄생시키는 건 해볼만하다고 판단했다. 그 전략은 적중했다. 영업이익률 20%에 달하는 업계 수익성 '톱 클래스'의 위용을 자랑한다.
◇국내 두번째로 개량신약 개발 성공, 누적 품목 19개
국내 기업들이 신약에 뛰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대기업과 벤처할 것 없이 '황금알'로 여겨지는 신약을 외쳤다. 국산 1호 신약까지 탄생하며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는 더욱 고조됐다.
일반의약품 혹은 제네릭으로 먹고 살던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흐름에 올라타던 시기다. 하지만 대기업도 부담을 느끼는 신약 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국내 제약사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자금과 기술력 모두 충분치 않았고 벤처처럼 투자자의 관심도 받기 힘들었다.
연매출 1000억원대에 불과했던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신약 대신 개량신약을 택했다. 개량신약은 기존 허가받은 의약품에 용량·용법·제형 등을 바꿔 안전성과 유효성, 복약 편의성 등을 개선한 것을 말한다. 신약에 비해 개발 기간이 절반 이하로 짧고 개발비용도 5분의 1 수준이다.
신약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개량신약에서 입지를 다져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개량신약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는 한미약품이 유일했을 정도로 국내 제약사의 진입이 거의 없던 시장이다.
2009년 체질전환을 선포한 후 이듬해 곧바로 1호 개량신약을 탄생시켰다. 1일 2회 먹던 약을 1일 1회 복용으로 편의성을 높인 소염진통제 '클란자CR'이다. 한미약품에 이어 두번째로 개량신약에 성공한 제약사로 이름을 올렸다.
처음부터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개량신약에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1호 개량신약이 탄생하기 약 10년 전부터 개발을 시도했고 3~4년 시행착오를 거친 후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클란자CR 이후 개발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매년 개량신약 신제품 허가를 약속했다.
실제 2011년 클라빅신, 2013년 실로스탄CR를 선보였고 2015년에는 칼로민, 로자스크 2개 품목을 허가받았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매년 1개 이상의 개량신약을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 허가된 개량신약은 올해 등장한 로수맥콤비젤이다. 2010년부터 누적된 개량신약은 총 19개에 달한다.
◇매출 상위 5개 품목 모두 개량신약, 신-구 제품 조화
꾸준히 개량신약을 만들어 내면서 블록버스터 약물도 탄생했다. 지난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상위 5개 품목은 실로스탄CR, 아트맥콤비젤, 가스티인CR, 오메틸큐티렛, 라베듀오로 모두 개량신약이다. 상위 5개 제품이 각각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그 중 실로스탄CR과 아트맥콤비젤은 각각 403억원, 307억원을 올렸다.
매출 상위 5개 품목의 연매출액 합은 1148억원이다. 매출의 41%를 개량신약 5개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자체 개발한 블록버스터 제품을 여러 개 갖고 있는 건 매출 1조원이 넘는 상위 제약사와 유사한 구조다.
눈여겨 볼 부분은 스테디셀러 한 제품이 매출을 모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신제품으로 꾸준히 대표 제품이 바뀐다는 점이다. 상위 매출 5위 품목 중 실로스탄CR과 가스티인CR은 허가 1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나머지 3개 품목은 최근에 허가받아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품목들이다.
오메틸큐티렛은 2019년, 아트맥콤비젤과 라베듀오는 각각 2021년, 2022년 허가받았다. 특히 아트맥콤비젤은 2021년 77억원에서 2년 만에 307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을 거뒀다. 신제품이 성장 발판을 마련할 때까지 구제품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방식으로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테바에서 깨달음 얻은 오너, R&D 투자 업계 최상위권
발 빠르게 개량신약 시장을 점찍고 우직하게 개발에 전념하는 행보를 가능케 한 건 창업주 강덕영 대표의 뚝심이 컸다. 그는 1987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설립 후 초창기 의약품 도매업으로 시작해 의약품 제조로 확장, 본격적인 제약사로 키워나갔다.
한때 무역업을 해 세계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강 대표는 한국 제약업이 이대로 제네릭만 제조해서는 경쟁력을 빠르게 잃을 것이라 판단했다. 중국, 인도산 의약품이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나가는 상황에서 의약품 특허 기술을 장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막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인 신약에 뛰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미들 리스크-미들 리턴', 개량신약이다.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TEVA)가 개량신약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이 길을 따라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무조건 되게 하라'는 신조로 오로지 개량신약 허가를 위해 달렸다고 전해진다. 연구개발을 총괄했던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으면 극복하는게 기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했다. 회사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집중적인 투자도 한몫 했다. 당시 개량신약 개발을 위해 쏟은 연구개발(R&D)비는 매출액의 6% 수준. 업계 평균 R&D 투자비율이 3%에 못미쳤던 점을 고려하면 평균 최상위권에 속했다. 첫 개량신약을 내놓기 시작한 시점부턴 R&D 비용을 매출액 대비 10%로 끌어올렸다.
우수한 개량신약을 내놓으면서 2013년 지향점으로 삼았던 테바에 자사 품목을 기술수출 하는 쾌거도 얻었다. 이는 동유럽, 러시아, 남미 등 전 세계로 수출 활로를 넓히게 된 계기가 됐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처음부터 개량신약에만 집중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집중적으로 투자과 연구개발을 한 결실"이라며 "빠르게 개량신약을 선점하면서 가스티인, 실로스탄 등 대표 제품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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