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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매각]'펀딩난'에 카드사 찾아간 KCGI, 끝내 거절 당한 이유는결제대금 유동화로 단기 대여 문의…신용등급 부재·인수 불확실성 탓 거절

남준우 기자공개 2024-09-10 07:55:4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6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KCGI가 프로젝트 펀드 출자자(LP)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국내의 한 메이저 카드사를 찾아갔다. M&A에 필요한 자금을 일단 카드로 선결제하고 후에 대금을 갚겠다는 것이 요지다. 카드사에게 일종의 '단기 자금 대여'를 부탁한 셈이다.

카드결제채권 유동화 방식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카드사는 곧바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 방식을 활용하려면 신용등급이 필요한데 KCGI의 신용도를 책정하기가 힘들다. 또 담보로 잡아야 하는 '한양증권'도 인수 가능성이 불확실해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자금 모집 난항, M&A 자금 '카드로 선결제' 요청 형국

6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CGI는 최근 시중 대형 카드사들을 찾아가 인수 대금 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KCGI는 현재 인수금융 등을 제외하고 최대 약 1000억원의 자금을 모아 한양증권 인수에 활용할 계획이다.

KCGI는 카드사들에게 일부 펀드에 묶여있는 자금이 풀리기 전까지만 '단기 대여'의 형식으로 지원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쉽게 말하자면 M&A에 필요한 자금을 카드로 선결제하고 후에 대금을 갚겠다는 의미다. 카드사 측에서는 난색을 표하며 곧바로 거절의사를 밝혔다.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최후의 보루로 카드사를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KCGI는 현재 프로젝트 펀드에 고유 계정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한양증권 인수를 준비 중이다. 다만 LP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협상도 난항이다. KCGI는 한양학원 측에 10% 가량 가격을 낮춰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양학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카드사는 법인을 상대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기능이 없다. 2016년 일부 카드사가 법인 고객에게도 카드대출(카드론) 등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다만 자금 대여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가 카드결제채권 유동화 방식을 활용하면 된다. 이경우 KCGI에게 결제 지급일을 늦춰주면서 실질적으로 단기 자금 대여와 같은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카드 결제대금채권 유동화의 경우 기업이 물품 구매 업체와 납품 업체 간에 사용하는 구매전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다. 카드사의 경우 해당 유동화로 매출채권을 SPC에 매각하면서 기업 결제 한도를 늘려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카드 대금채권 유동화의 경우 명목상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업 또한 납품 대금 결제일을 미뤄놓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단기 운영자금 조달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신용 리스크 떠안아야 하는 카드사 '난색'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꽤 자주 활용된다. 작년 7월 신한카드는 현대건설 카드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8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현대건설이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물품을 구매하면 이는 신한카드의 매출채권으로 잡힌다.

신한카드가 특수목적법인(SPC)에 이 매출채권을 넘기고, SPC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이 유동화증권을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이자 수익을 수취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그해 10월과 올 4월에 각각 500억원, 300억원의 카드 대금을 결제하기로 약속했다. 카드사는 이 결제 대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할 상환 자금으로 활용하면 된다. 현대건설은 대금 결제를 미루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SPC를 활용한 유동화 방식이 유효하려면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필수다. 여전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단기신용등급이 최소 A2 이상은 돼야 이러한 방식을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PEF운용사인 KCGI의 경우 신용등급 자체가 없다.

카드사가 KCGI의 신용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하는 셈이다. 게다가 담보자산도 불명확하다. 이번 경우에는 '한양증권 인수'가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한 담보가 돼야 하는데, 인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유동화증권 투자자를 찾기가 어렵다.

KCGI가 자금 펀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LF에 기회가 갈 수도 있다. LF는 이미 자금 증빙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간도 KCGI보다 훨씬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딜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KCGI가 최근 카드사들에게 찾아가 단기 대여 등이 가능한 지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신용등급도 없고 담보라고 할 수 있는 한양증권 인수 가능성도 불확실한 만큼 카드사가 짊어질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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