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이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그룹 CEO 승계 프로그램에 시동을 걸었다.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 재임 기간이 3개월여 남은 시점이다. 또 상시 관리해 온 후보군을 롱리스트로 공식화했다. 지주 회장 주도로 단기간에 인선을 마무리짓던 기존 절차에서 진일보했다.

자경위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적용해 지배구조 관련 잡음을 차단한다는 목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승계 과정에서 금융 당국과 긴장감이 고조됐던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룹 안팎에서 납득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내년 임기 3년차를 맞이하는 진 회장의 리더십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계열사 14곳 중 12곳 임기 만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자경위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오는 연말과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CEO 임기 만료가 임박한 계열사는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라이프·신한캐피탈·제주은행·신한저축은행·신한자산신탁·신한DS·신한펀드파트너스·신한리츠운용·신한벤처투자·신한EZ손해보험 등 12곳이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을 제외한 전 계열사 CEO 임기가 끝난다.


9월 자경위 개최는 신한금융에서 전례가 없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지주 회장이 선임된 직후인 연말께 자경위를 개시하고 해가 넘어 가기 전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주 CEO 승계가 없는 해에도 연말 자경위를 통해 그룹 경영진을 재정비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게 전통적인 절차였다.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자경위가 개시된 건 금융 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준수하는 차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관행 원칙을 발표했다. CEO 선임 절차를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개시해달라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다. 지주 회장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지 말고 적어도 한 분기 동안 합리적인 평가를 거쳐달라는 것이다.

자경위는 CEO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달라는 금감원 당부를 고려해 롱리스트도 공식화했다. 신한금융이 상시 관리하고 있는 계열사 CEO 후보군은 승계계획 적용 자회사 또는 지주회사의 부사장·부행장 이상 경영진 전원이다. 남은 승계 기간 동안 롱리스트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후보군을 숏리스트로 압축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은행 외 계열사도 당국 눈높이 맞춘다

금융 당국이 모범관행 적용을 권고한 곳은 지주와 은행이다. 나머지 계열사는 3개월 전 CEO 승계 절차를 개시하지 않아도 모범관행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신한금융은 당국이 제시한 원칙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계열사의 CEO 승계 절차를 금감원 눈높이에 맞추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전반적인 계열사 CEO 승계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다. 2022년 회추위에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하고 진 회장이 선임되기에 앞서 은행권과 금융 당국은 긴장 관계에 놓여 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CEO 선임 및 연임 절차가 불투명하다고 줄곧 지적하면서다. 특히 내부통제 부실에 연관된 CEO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이 원장이 강조하면서 라임 사태를 겪은 신한금융은 금융 당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금감원이 지주 회장은 물론 은행장 선정 과정에서도 투명성을 확보해줄 것으로 요구한 만큼 자경위가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진 회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상반기부터 자경위의 경영승계 계획을 손질하도록 했다.

자경위는 진 회장이 내년 임기 3년차를 맞이한다는 점을 고려해 승계 절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 경영진은 진 회장 선임 과정과 맞물려 선임되거나 연임된 대표들로 진 회장의 의중과 구상이 온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에 자추위가 금융 당국을 납득시키고 그룹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선 절차를 밟아야 진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