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치열한 첨단 패키징 대결, 모바일판 HBM 등장 가시화턴키의 삼성전자, TSMC 손잡은 SK하이닉스…LPDDR 적층화 꿈틀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12 08:18:49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9: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첨단 패키징 경쟁이 시스템반도체에서 메모리로 옮겨붙었다. 불씨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대폭 늘어난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차세대 제품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같은 듯 다른 전략을 펼친다.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간 공조,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협력하는 구도다. 현시점에서는 SK하이닉스-TSMC 연합전선이 유리해보이나 '턴키'가 가능한 삼성전자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주최한 '첨단패키징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는 주요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강운병 삼성전자 마스터와 문기일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각사 첨단패키징 기술 로드맵을 공유했다.
강 마스터는 삼성전자의 인터포저 기반 어드밴스드 패키지 솔루션인 '아이큐브(I-CUBE)'를 소개했다. 아이큐브는 구현 방식에 따라 △아이큐브 2.5차원(D) △아이큐브 S △아이큐브 E 등으로 나뉜다. 3D 패키징 방식인 '엑스큐브(X-CUBE)'도 언급됐다. TSCM의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대항마로 꼽히는 기술들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다소 밀린 모습을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본딩 기술 차이, 원재료가 되는 일반 D램 경쟁력 저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NCF(Non Conductive Film)', SK하이닉스는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라는 본딩 공법을 활용한다. 각각 부착 시 접착필름, 액상 보호재를 사용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하는 패키징 기술력을 내세워 경쟁사에 앞서고자 했다. I-CUBE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강 마스터는 "GPU와 4개의 HBM을 붙이는 패키징은 구현 중이고 주변에 8개를 놓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재배선(RDL) 인터포저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문 부사장은 SK하이닉스 HBM 로드맵을 언급하면서 실리콘관통전극(TSV), MR-MUF 등 근원적 경쟁력을 강조했다. TSV는 여러 D램을 쌓기 위해 1000개 이상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연결고리인 금속 기둥을 투입하는 공정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HBM3E)'를 엔비디아에 선제 공급하면서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론이 가세했으나 물량이 많지 않다. 삼성전자는 아직 검증 중이다.
문 부사장은 "8단 HBM3E는 양산 중이고 개발 중인 12단 HBM3E는 조만간 인증을 마칠 것"이라면서 "6세대 HBM(HBM4)은 내년 샘플 인증이 나오고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NCF와 MR-MUF 뒤를 이을 '하이브리드 본딩'에 활용법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솔더볼이나 범프 등 연결 소재 없이 칩과 칩을 붙이는 접합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12단보다는 16단부터가 유력하다.
강 마스터는 "앞으로 HBM은 12단을 넘어 16단 이상으로 가야하는데 현재 방식으로는 구현이 어렵다. 기존 TC 본딩과 하이브리드 본딩을 병행해서 개선해나갈 부분"이라고 전했다.
문 부사장은 "3세대 HBM(HBM2E)으로 하이브리드 본딩을 시뮬레이션해봤을 때 신뢰성에 큰 문제가 없었다. 제대로 만든다면 양산화에도 이슈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모바일 D램' 쌓은 VCS vs VFO, 개발 가속화
이번 행사에서는 '모바일판 HBM'으로 여겨지는 제품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VCS(Vertical Cu-post Stack)', 'VFO(Vertical wire Fan Out)'라 부르는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로 저전력 D램(LPDDR)을 적층하는 것이 핵심이다.
HBM이 서버 D램인 DDR을 쌓는다면 VCS 또는 VFO는 모바일 D램인 LPDDR이 층을 이룬다. 다만 HBM처럼 TSV 방식으로 구현할 수 없다. LPDDR의 경우 DDR 대비 크기가 작고 얇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와이어를 계단식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날 연사로 등장한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형성되면 모바일판 HBM 공급이 확산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에서 쓰이는) HBM은 교체 수요가 제한적인데 모바일용(VCS 또는 VFO)은 교체 주기가 비교적 짧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탑재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고객들은 관련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마스터는 "온디바이스 AI 출시가 본격화하는 것을 대비해 고객 요구에 맞춰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12월 VCS 첫 번째 샘플을 선보일 계획이다.
문 부사장은 "(VFO는) 모바일에 이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도 장착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VFO 프로모션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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