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eSSD 전쟁 격화, 낸드왕의 귀환·HBM 선두의 반격'업계 최초' 9세대 QLC 양산, 300단 제품 출격 예고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19 08:54:32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업계의 관심을 독식해온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뒤를 이을 대상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대거 채용되고 있는 기업용(e)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주인공이다.AI 시대에는 초고속 병렬 연산을 지원하는 HBM 외에 다양한 솔루션이 요구되는데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의 재료가 되는 데이터를 담을 eSSD가 대표적이다. 챗GPT 등 확산으로 연산만큼이나 학습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eSSD 시장도 호황을 이루고 있다.
HBM에서 한발 밀린 삼성전자는 eSSD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타사보다 먼저 첨단 낸드플래시를 선보이면서 경쟁 우위의 기틀을 마련했다. HBM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는 기민하게 대응 중이다. 솔리다임과의 시너지가 동력원이다.
◇삼성전자, 올 11월 128TB eSSD 출시 예고
삼성전자는 12일 1테라비트(Tb) 쿼드레벨셀(QLC) 9세대 낸드 양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낸드는 약 286단으로 업계 최초 성과다.
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에 몇 개 정보(비트)를 담느냐에 따라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 △트리플레벨셀(TLC) △QLC 등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올 4월부터 TLC 9세대 낸드를 생산한 바 있다.
이번 QLC 9세대 낸드는 셀과 페리의 면적을 최소화해 전 세대 대비 비트 밀도가 약 86% 증가됐다. 페리는 셀의 동작을 관장하는 각종 회로들로 구성된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디자인드 몰드'를 적용한 점이다. 이는 셀 특성 균일화, 최적화를 위해 셀을 동작시키는 워드라인(WL) 간격을 조절해 적층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보존 성능을 이전보다 약 20% 높여 제품 신뢰성을 높였다.
이외에 셀의 상태 변화를 예측해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는 '예측 프로그램 기술'을 통해 전작 대비 쓰기 성능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향상시켰다. 셀을 구동하는 전압을 낮추고 필요한 비트라인(BL)만 감지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저전력 설계 기술'도 도입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읽기, 쓰기 소비 전력은 각각 30%와 50%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초고용량 eSSD도 선보일 예정이다. 올 11월 업계 최고 수준인 128테라바이트(TB) 모델 'BM1743'의 출격이 예고돼 있다. 이는 QLC 7세대 낸드 기반이다. 내년에는 256TB 제품도 내놓을 방침이다.
허성회 삼성전자 부사장은 "AI용 고성능, 고용량 SSD 시장이 요구하는 최신 라인업을 모두 갖췄다"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eSSD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후 삼성전자는 QLC 9세대 낸드 응용처를 모바일 UFS(Universal Flash Storage), PC, 서버 SSD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중 UFS는 초소형 폼팩터의 고성능 및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을 일컫는다.
◇SK하이닉스, 데이터센터용 등 SSD 라인업 확대
SK하이닉스는 선두 추격에 속도를 낸다. 최근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SSD 'PEB110 E1.S'를 개발 소식을 전한 것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60TB급 제품으로 올 하반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내년 초에는 삼성전자에 이어 128TB eSSD도 출시하기로 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가 최선단이다. 개발 중인 321단 낸드는 내년 상반기 양산될 예정으로 업계 최초 300단대 진입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 400단대 낸드 생산에 돌입해 선두 탈환을 노린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D램 대비 낸드 사업에서 약점을 보여왔다. 하지만 인텔 낸드 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 이후 eSSD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HBM 시장 못지않은 존재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앞으로 고객 인증과 양산을 순조롭게 진행해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eSSD,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공급사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낸드 시장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674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QLC eSSD, QLC UFS 등 중심으로 수요 증대가 이뤄져 올해 대비 29% 성장한 88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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