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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다시 본업' 승부수 띄운 신세계엘앤비

이윤정 기자공개 2024-09-24 07:51:17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신세계엘앤비는 소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제주소주가 보유하고 있는 용지와 설비시설이 거래 대상이다.

이번 딜은 국내가 아닌 홍콩에서 주도됐다. 오비맥주 한국법인이 아닌 홍콩에 있는 AB인베브 아태사업법인이 신세계와 협상을 펼쳤다. 오비맥주 의사결정권자인 AB인베브 아태사업법인이 직접 딜을 진행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신세계엘앤비가 제주도에 위치한 주류 생산시설 등 관련 모든 사업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지 한달만에 M&A가 이뤄진 것을 보면 사전에 상당부분 교감이 이뤄졌고 신세계엘앤비는 딜 완료를 위해 빠르게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은 신세계와 오비맥주 양측 모두 손해 볼 것 없는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소주 부문을 강화해 맥주 중심인 상품 포트폴리오에 균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제주소주를 수출 중심의 해외 생산 기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점차 국내로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엘앤비 입장에서는 그간 아픈손가락으로 평가받았던 소주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 재정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세계엘앤비는 2008년말 신세계와인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와인 수입업으로 시작했다. 2009년 Liquor & Beverage를 의미하는 '신세계L&B'로 사명을 변경하고 맥주 수입까지 품목을 확장했다.

신세계가 잘하는 유통을 기반으로 주류 수입을 펼쳤기 때문에 사업은 연착륙했다. 2015년 런칭한 주류 전문 매장 '와인앤모어(WINE&MORE)'는 와인의 대중화를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던 2021년 주류 수입 및 유통업 중심이던 신세계엘앤비가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하며 주류 제조에 뛰어들었다. 2016년 이마트가 190억원을 들여 인수한 제주소주가 계속 적자를 지속하자 비슷한(?) 영역으로 여긴 신세계엘앤비로 넘겼다.

하지만 주류 수입 및 유통과 제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신규 허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제주도 지하수 개발 허가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신세계엘앤비에게는 전혀 활용 가치가 없었다. 설비 확장에 대한 니즈가 있어야 개발을 할텐데 신세계엘앤비에서 출시하는 제품들이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를 타깃으로 한 소주 제조 사업은 사실상 접고 대신 동남아시아 유통업체와 손을 잡고 과일소주를 생산해 납품하는 ODM 사업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8년전 야심차게 소주 제조업에 진출하며 그렸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국내 주요 식품회사의 고위임원은 식품유통업계가 신사업 발굴 및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본업이라고 강조했다. 신사업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본업이 기반이 되고 본업이 잘 될 수 영역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이번 제주소주 매각으로 신세계엘앤비는 본업인 와인 유통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큰 비용을 지불했지만 다시 본업이 중심이 된 신세계엘앤비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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