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가장 흥미롭게 본 TV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가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요리 서바이벌인데 눈길을 끄는 지점이 여럿이다. 공개 당일부터 지금까지 넷플릭스 한국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나와 비슷한 감상을 지닌 사람이 많은 듯 싶다.먼저 눈에 띄는 건 심사방식이다. 두 번째 경연에선 아예 심사위원의 눈을 가렸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심사하는 건 많이 있었지만 이번엔 아예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만듦새의 요리를 먹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음식을 맛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는데 모든 걸 배제하고 맛 하나에만 집중했다. 공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또 하나. 이런 프로그램에선 심사위원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안성재'라는 쉐프의 활약이 대단했다. 특히 참가자들에게 '의도가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묻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맛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의도된 바가 전해져야 한다는 게 지론이었다. 일부 지론의 경우 사람에 따라 의문이 제기될 법도 했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일관적으로 지킨 덕분에 살아남은 참가자든 그렇지 못한 참가자든 결과에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서바이벌 프로그램 얘기를 꺼낸 건 곧 은행권에서도 대규모 서바이벌이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연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승계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절차를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개시하도록 했다. 단계별로 충분히 역량을 검증하고 평가하라는 취지에서다. 누가 집으로 가고 누가 남을지 그리고 새로운 승자가 탄생할지가 약 3개월의 레이스 끝에 결정된다.
경쟁과 심사 그리고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둘은 일맥상통한다.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같다. 공정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하며 그런 만큼 심사위원이 매우 중요하다. 심사위원이야 이미 다들 정해져있으니 문제는 다음이다. 은행이 현재 직면한 과제를 고심하고 그 의도에 걸맞은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를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흑백요리사의 성공 요인을 하나 더 꼽자면 바로 그 무엇보다 요리에 진심인 출연자들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장 서바이벌은 이미 성공 요인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은행에 진심인 사람은 이미 차고 넘치게 많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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