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에 울산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도시다. 그룹의 발상지는 1953년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이 출범한 지역인 수원이지만 SK의 전신인 선경이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인수하며 그룹 생산의 중심지가 울산으로 옮겨왔다.SK이노베이션, SKC, SK케미칼, SK가스 등이 울산을 생산거점 삼아 석유화학에서 소재·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대표적인 계열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울산을 "SK의 고향", "대한민국 에너지의 심장" 등으로 칭하며 사업뿐 아니라 지역 상생·발전 방향성까지 함께 챙기고 있다.
그러나 울산 소재의 SK 계열사에는 늘 따라붙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하나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 시절 완성한 석유화학 밸류체인 사업 특성상 수요처가 해외보다 국내에 몰려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들 기업은 글로벌로 나가지 않는 '내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최근 만난 SK 울산콤플렉스(CLX) 근무자는 "제품의 70%를 수출하는 계열사도 있고 유럽에서 제품 문의를 위해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며 "중국 수출이 줄긴 했어도 유럽, 동남아시아, 호주 등으로 수출이 늘었다"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실제 울산을 모태로 한 SK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시선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그리고 미래 소재·에너지로 향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윤활기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매출의 절반가량을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이고 있고 SK지오센트릭도 매출 절반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며 해외 고객사 확보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SK케미칼과 SK가스도 각각 중국 내 순환재활용과 가스복합발전·수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 사업의 기반이 울산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SK그룹이 리밸런싱을 진행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조절을 가하고 있지만 미래 에너지 사업의 방향성은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울산 사업모델을 다른 지역과 해외로 이식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유공 인수 후 40년 넘게 울산 지역에 자리잡아 석유화학·소재·에너지 등으로 제품군과 생산력을 확대한 경험이 신규 거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풀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울산 기반의 SK 계열사가 준비하던 신사업을 안착하기까진 예상보다 시간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지역 내에서 일군 성공모델을 다른 곳에도 이식한 경험이 있다. 소위 불황기라는 지금, 이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한 미래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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