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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시장 '치매' 개화 길목에 서다]방사선 의사가 본 가능성, 접근성·편의성에서 찾은 혁신정원규 레디큐어 대표 "치료비용 6분의 1로 축소 가능, 치매 두려움 해소 목표"

김형석 기자공개 2024-10-08 08:18:45

[편집자주]

인류 건강 최대 난제인 치매. 일라이릴리가 3번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썬라를 상업화 하면서 다시 한번 치매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치매 치료 '옵션'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 미완의 과제다. 더 많은 기업들의 공조 그리고 경쟁이 필요하다. 근본 치료 외 예방과 사후관리 등 시장의 '판'을 깨는 옵션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혁신신약 개발 기대주부터 진단과 사후 관리를 포함한 '치매 치료 전주기'를 노리는 기업들까지 더벨이 치매 시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7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치매는 난공불락인 미지의 질병이다. 생애 전체에 걸쳐 다양한 위험인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해 완치가 불가하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제가 나오고는 있지만 일반인이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한다는 것은 부담이 된다. 부작용과 미미한 치료효과도 잡히지 않는 문제다.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인 정원규 레디큐어 대표가 치매 치료에 도전했다. 일부 특권계층만 누릴 수 있는 선택적인 혜택을 다수가 비교적 저렴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드는게 목표다.

국내 유일 방사선을 활용한 치매 치료제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건 정 대표(사진)를 더벨이 만나봤다.

◇국내 치매환자 100만명, 비용절감·접근성 높인 치료 필요성

치매의 국내 환자 규모는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 탓에 일반인들은 선뜻 치료를 받기 어렵다. 레디큐어는 저렴한 가격에 다수의 환자가 인근 병원에서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매 치료기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창업주인 정 대표가 가장 강조한 것은 비용이다. 고령화로 빠르게 늘고 있는 치매 환자가 보편적으로 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전북대 의과대학원에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를 취득 후 27년 간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2021년 우연한 계기에 방사선이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치매 치료에 집중했다.


정 대표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발주한 ‘치매 환자에서 저선량 방사선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연구’에 연구 책임자로 선정되면서 진행한 연구 과정에서 저선량 전용 방사선이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발현시키는 M1·M2 두 면역세포의 불균형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M1형질 면역 세포가 더 많아지면서 신경 세포가 파괴되고 뇌의 크기가 줄어든다. 그는 연구를 통해 미량의 방사선이 M1형질의 면역 세포를 M2 형질로 변형시켜 두 세포 간 균형을 맞춰 알츠하이머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레디큐어가 개발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기기 '헬락슨(HeLaXON)'은 이 같은 면역세포 변형을 촉진한다. 헬락슨의 강점은 단연 치료 비용이다. 주일에 2번씩 3주간 6번(1년 기준) 치료비용은 600만원 선이다.

현재 (JV)정맥주사 형태로 투여하는 레켐비의 연간 치료비용은 3500만원에 달한다. 기존의 복용하는 약과 상충 작용도 없기 때문에 보조 치료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 치매 치료가 치매의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주력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치료요법이다. 헬락슨은 더욱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뇌 내의 면역 세포 일종인 미세아교 세포의 형질 변환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것은 저선량 방사선 치료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헬락슨 기기의 예상 가격은 15억원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1년에 환자 150명만 받아도 2년 정도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현행 치료제 대비 3배 높은 효과, 경도인지장애로 활용폭대

비용뿐만이 아니다.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 역시 뛰어나다. 헬락슨은 최대 80%까지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점을 확인했다. 레디큐어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다기관, 환자 눈가림, 무작위 임상연구' 결과에서다.

6명 환자를 대상으로 MRI를 통해 치료 전후 대뇌 용적을 비교해, 실험군인 4명에선 해마나 대뇌실의 용적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2명의 대조군에선 해마의 위축과 함께 대뇌실 용적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디큐어는 이 같은 자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내년 진행할 허가임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후 곧바로 품목허가나 신의료기술트랙을 통해 헬락슨을 상용화할 것"이라며 "2027년에는 첫 매출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락슨 시제품. 사진=레디큐어

그는 향후 헬락슨의 활용 방법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알츠하이머를 넘어 치매 초기 증상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에도 해당 기기를 활용하겠다는게 그의 목표다.

정 대표는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들 중 30~40%가 치매로 진단받고 있는 만큼 치료 접근성을 활용해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발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에게 삶의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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