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도 미사일, 'RPT' 시장의 개화]플루빅토 '정면승부' 셀비온, 링커 차별화로 경쟁력 확보⑤PSMA 표적 전립선암 치료제 동일, 수요예측에서 시장 가치 확인
이기욱 기자공개 2024-10-10 11:04:09
[편집자주]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도달해 공격하는 약물 기술이 있다면. 이 같은 개념을 구현한 게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그리고 이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직접 전달해 파괴하는 방사성 치료제(RPT)가 주목받고 있다. RPT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빅파마들의 조단위 M&A 등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기업도 앞다퉈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8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비온은 방사성 치료제(RPT) 시장의 강자 노바티스와의 정면 승부에 나선 기업이다. RPT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노바티스의 '플루빅토'와 적응증이 동일한 치료제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이다. 사용되는 방사성의약품 구조와 킬레이터도 동일하고 작용기전도 유사하다.상대적으로 불리한 후발주자 위치에 있지만 셀비온에 대한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에서 경쟁 제품 대비 우수한 데이터가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리간드 물질과 동위원소를 연결하는 링커 구조의 차이가 경쟁력을 만들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출시, 후발 주자 불이익 불가피
셀비온의 핵심 파이프라인 'Lu-177-DGUL'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다. 일반 전립선암과 달리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감소된 경우에도 계속 성장하는 희귀성 암이다. 호르몬 치료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전립선암과는 다른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
RPT가 대표적인 치료 대안으로 꼽힌다. 현 시점 가장 대표적인 RPT 플루빅토 역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제품이다. 플루빅토는 출시 2년차인 작년 9억8000만달러, 약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립선암 치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 올해 5월에는 국내서도 시판 허가를 받았다.
셀비온의 'Lu-177-DGUL'은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2상 완료 후 목표로 하고 있는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하반기쯤 출시가 예상된다. 플루빅토 대비 1년 이상 뒤처지는 셈이다.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표적 단백질과 결합하는 리간드, 체내 중금속 제거를 위한 킬레이터 등도 모두 동일하다. 전립선암세포에 발현하는 PSMA(전립선특이막항원)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을 리간드로 활용한다. 방사성의약품 구조도 GUL(glutamyl-urea-lysinyl)로 같다. 킬레이터 역시 DOTA로 일치한다.
그럼에도 셀비온은 플루빅토와의 경쟁에서 충분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3년 내 최소 연 430억원 매출을 예상하며 최대 1022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 결과 셀비온은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의 1만2200원을 뛰어넘는 1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2423건의 신청 건수 중 99.2%에 달하는 2404건이 밴드 상단 초과 가격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링커 차별화로 알부민단백질 결합력 저해…체내 체류 시간 최소화
핵심은 셀비온만의 링커 구조 설계다. 리간드와 링커, 킬레이터가 하나의 화학구조로 신물질 특성을 갖게 되는데 Lu-177-DGUL은 플루빅토와는 다른 링커 구조를 활용하며 우수한 임상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플루빅토 약물은 링커 구조에서 나프탈렌 그룹을 도입했다. 약효 발현이 빠르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약물투여 후 표적단백질로 많은 양이 빠르게 이동, 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링커 구조는 표적단백질이 아닌 알부민단백질과 결합되며 약물의 농도가 낮아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플루빅토는 60-70% 알부민단백질 결합력을 가진다.
반면 Lu-177-DGUL은 링커구조 내 그룹을 도입하지 않았다. 플루빅토에 비해 약물이 알부민단백질과 결합하지 않은 상태로 빠르게 표적 암세포로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2상 임상 중간 결과 Lu-177-DGUL이 38.5%로 플루빅토(29.8%) 대비 우수한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다.
약물의 체내 체류 시간도 최소화했기 때문에 부작용도 작다. 신장의 피폭 측정치도 1베크렐(GBq) 당 0.31 그레이(Gy)로 플로빅토 0.43 대비 작은 수치를 나타냈다. 혈소판 감소 증상 비율도 플리빅토 3상 결과인 17.2% 대비 현저히 낮은 3.6%로 나타났다. 구강건조 부작용 비율 역시 플루빅토는 38.8%, Lu-177-DGUL은 13.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리적 이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유통 기간이 5~6일로 짧은 편이다. 미국 또는 유럽 기업의 제품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데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셀비온은 아시아 주요 도시를 5~6시간 내 이동할 수 있는 인천에 생산 기지를 증축해 아시아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할 전략이다.
전립선암 치료제 이후로는 섬유아세포 활성화 단백질(FAP) 표적 신약도 개발할 예정이다. FAP는 정상 세포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암-연관 섬유아세포에서는 과발현되는 특징이 있다. 현재는 전임상 후보물질 도출 단계다. 향후 폐암과 위암, 직장대장암, 간암 등으로 범위가 넓은 치료 약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 '플루빅토'가 연 시장, 잇단 빅파마 조단위 빅딜로 본 가능성
- 국내선 가장 빨랐던 퓨쳐켐, 한발 늦은 넥스트 플로빅토 입지
- SK바이오팜의 자신감, 테라파워 공급원료에 오너지원까지
- 치료제 아닌 민감제 브이에스팜텍, 꼭 필요한 파트너 선점
- 국내 최대 인프라 갖춘 듀켐바이오, 신사업 'CDMO' 겨냥
- 셀비온 장기 비전은 '아시아', 방사성의약품 허브 목표
- 수요예측 하루 전 신고서 정정, 선명해진 기술이전 가능성
- 국내만으로도 1000억 매출 자신감, 2년 내 흑자전환 기대
- CEO·CFO 2인 체제 '굳건', 이사회 기능 IPO에 집중
- 밸류 가를 임상 2상 마무리에 '집중', 대규모 R&D 인력 보강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i-point]정철 브이티 공동대표, 140만주 매각 예고
- [i-point]시노펙스, 유튜브 통해 적극 주주 소통
- [코스닥 상장사 매물 분석]빅텐츠 인수 예고한 나노캠텍, 내실 다지기 '글쎄'
- [IR Briefing]'경영권 분쟁 일축' 에스켐 "OLED 소재 전문 공급사 도약"
- 최규옥 전 오스템 회장, 주성엔지 투자 방침 '유지'
- [한미 오너가 분쟁]'직접 소통' 약속 지킨 신동국, 소액주주연대 '지지' 화답
- [SK스퀘어 밸류업 구상 점검]인크로스, 'T딜+AI' 신성장동력 확보 속도
- [i-point]성안머티리얼스, 희토류 메탈바 공급 계약 체결
- [i-point]아이티센그룹, 신규 CI·슬로건 공개
- [i-point]테크랩스, 마케팅 효과에 3분기 매출·영업익 성장
이기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한미 오너가 분쟁]'직접 소통' 약속 지킨 신동국, 소액주주연대 '지지' 화답
- [동방메디컬 IPO In-depth]안정적 재무·실적에도 상장, '글로벌 메디컬 리더' 비전 묘수
- 글로벌 혁신기술 인증 덱스레보, 국내 허가 '청신호'
- 상장 후 발 빠른 '넥스트 스텝', 셀비온 차세대 기술은 'ARC'
- [HLB제약은 지금]4년간 4배 늘어난 자본, 그룹 책임질 미래기술 투자 첨병
- [SG헬스케어 IPO In-depth]연이은 정정신고에 스팩주가 '널뛰기', 혼란스러운 투자자
- [thebell note]제약사에 필요한 '대기업 DNA'
- [HLB제약은 지금]늘어난 주식물량에도 시총 5배, 그룹 따라 울고 웃는 주가
- [2024 제약·바이오 컨퍼런스]"바이오 상장 문턱 '전문가회의'…'특허·인력' 관리도 중요"
- [2024 제약·바이오 컨퍼런스]바이오 IPO 회복, 거래소 심사기준 '보수적 기술계획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