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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가격 올리고 매수 물량 늘린 고려아연, 상장폐지 가능성 간과했나유통주식수 부족 전망, 국민연금·패시브 향방 주목

윤준영 기자공개 2024-10-11 14:38:21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13: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재차 인상하고 매수 수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고려아연의 유통 주식물량이 줄어들어 상장폐지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실질적인 공개매수 세력으로 제외되던 국민연금이나 지수추종펀드 등의 향방에 시선이 몰린다.

11일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공개매수 수량은 기존 320만9009주에서 362만3075주로 올려 잡기로 했다. 취득 예정금액 역시 약 2조6635억원에서 3조2245억원으로 증가했다. 공개매수 주관사 역시 미래에셋증권에 더해 KB증권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 국민연금과 패시브펀드 등 양측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투자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에 실질적으로 응할 수 있는 물량은 20% 이하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패시브펀드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기에 고려아연이라는 종목을 아예 배제하지 않는 한 공개매수에 응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민연금 역시 공개매수에 쉽게 뛰어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매집 수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유통주식수가 부족한 고려아연으로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기 기준 고려아연의 발행주식수는 2070만3283주로 이 가운데 자기주식수를 제외한 전체 유통주식수는 2055만3379주다.

이중 MBK파트너스 측과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수량을 모두 합한 주식수는 716만5538주로 전체 유통주식수의 36.61%에 해당한다. 당초 고려아연이 주장한 국민연금, 국내외 기관투자자, 일반 개인투자자, 패시브펀드의 보유 지분율을 모두 합한 수치는 30%다. 이는 영풍, 고려아연의 우호세력 지분, 최씨 일가 지분 등을 제외한 유통주식 물량이다. 해당 물량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사들일 수 있는 물량이 비슷한 규모인 셈이다.

만약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된다면 그동안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나 패시브펀드도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유통주식수 대비 거래량이 1% 미만일 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두 반기 연속일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다. 이 경우 보수적인 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패시브펀드는 MBK파트너스 측에 베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은 배임 가능성을 두고 아직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인 탓이다.

공개매수에 응할 세력이 많아진다면 공개매수 종료일이 조금 더 빠른 MBK파트너스에 유리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패시브펀드의 합산 지분율은 약 13.73%로 추산된다. 당초 고려아연이 주장했던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물량인 20%에서 그만큼 많아지는 셈이다. 이 경우 공개매수 청약 성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일부는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지분율을 따져볼 때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고려아연이 사들이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하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로 사들인 주식의 실질 지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유통주식수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크게 해외 기관, 국내 기관, 일반투자자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며 "누가 주식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세금 요소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개매수 청약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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