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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바나나맛우유'와 문화유산

홍다원 기자공개 2024-10-25 07:34:2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1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바나나맛우유를 먹어봤을 것이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간 목욕탕에서 쭈글쭈글한 손으로 먹었던 단지 모양 바나나맛우유는 추억을 되살리기 충분하다. 오죽하면 빙그레 신입사원 채용에서 목욕탕을 너무 많이 언급해 지원동기를 없애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올해 50살이다. 1970년대 낙농업 육성을 위한 우유 소비 장려 정책에 따라 탄생했다. 낯설고 소화가 어려웠던 흰 우유에 당시 귀한 과일 바나나를 넣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변한 적 없는 뚱뚱한 항아리 모양이 그 자체로 상징이 됐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유리병도 비닐팩도 아닌 용기 덕에 바나나맛우유는 '뚱바'(뚱뚱한 바나나맛우유)로 각인됐다.

흥미로운 건 이 바나나맛우유가 '국가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출시 50주년을 맞았고 고유 문화가 담긴 달항아리 모양을 지녔다는 점에서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은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이 지난 근현대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제도다.

앞서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국가유산을 해석하는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그간 국가유산이라고 하면 오래된 건축물, 유적 등 재화적 성격이 강했지만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물건도 보존할 가치가 있어서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한국 최초 독자 생산 자동차 '포니', 우리나라 최초 세탁기인 '금성 세탁기'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바나나맛우유를 비롯해 대전의 성심당 빵, 모나미 볼펜, 부채표 까스활명수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물론 어떻게 사기업에서 만든 상업적 제품들이 문화유산이 될 수 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이라는 의미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과 국민들의 생활의 변화도 담겨 있다.

바나나맛우유에는 바나나가 고급 과일이던 때부터 동네마다 공중 목욕탕을 가는 것이 당연했던 일상이 스며 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품 하나로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용기 모양도 조선시대 도자문화를 대표하는 달항아리 도자기다. 전세계에서 이 용기 모양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빙그레밖에 없다. 빙그레는 이 용기 모양을 본딴 도자기 전시회를 지원하는 등 전통 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다만 진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빙그레가 어떤 점을 후대에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제품에 문화적 가치를 담는 방안을 고심하는 시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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