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07:0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학 상장사 중에서 가장 먼저 밸류업 공시를 하고 싶었는데 내부 논의를 거쳐 내년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얼마 전 중견 화학사 IR팀장이 들려준 얘기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공시에 담을 내용이 부족하다며 시간을 갖고 준비하자고 했단다. 보다 개선된 실적과 가시적인 신규 사업 성과를 가지고 참여하려 했다.요즘 상장사 IR 담당자들의 고민은 언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할지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해야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22일까지 15개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거래소가 공시 가이드 라인을 발표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금융권과 일부 기업집단을 제외하고는 경쟁사 동향만 살피고 있다.
재계에선 롯데그룹이 선제적으로 밸류업 공시를 실시했다. 롯데렌탈,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등 4개 계열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도 연내 공시를 목표로 한다. 롯데그룹은 올해 10개 상장사에 이사회 역량 지표(BSM)도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높였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밸류업 공시를 기존 IR과 다르게 풀어냈다. 경쟁사와 비교해 기업가치 저평가 요인을 스스로 분석했다. 과거 IR에 담기지 않았던 내용이다. 상장사들은 보통 중장기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IR을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현황과 개별 기업 사업 전략, 재무 목표 순서로 구성한다.
각 사마다 고민 지점은 달랐다. 롯데렌탈은 렌터카 시장점유율 1위(인가대수 기준)지만 타사보다 낮은 매출 성장을 예상하는 시장 인식을 저평가 원인으로 꼽았다. 롯데쇼핑은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제시가 부족했다고 자평했다. 경쟁사 대비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외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롯데렌탈이 제시한 해법은 매출 성장성 제고다. 신사업으로 중고차 소매 플랫폼, 차량 정비 플랫폼, 산업재 중개 플랫폼 등을 추진한다. 롯데쇼핑은 토지 재평가를 실시해 부채비율을 낮춘다. 신용 평가 등급에 긍정적 효과와 자본 조달 비용 감소까지 내다보고 있다.
롯데그룹 상장사들은 밸류업 목표를 도출하는 '정석 풀이법'을 보여줬다. 중장기 사업 계획과 주주 환원 정책을 나열한다고 기업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는다. 기업 내재가치를 누구보다 잘아는 경영진이 시장가치(주가)를 다각도로 분석해 격차를 줄이는 노력. 밸류업 공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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