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유동화 조달전략]현대카드, 오토론 유동화 시장서 '존재감' 키운다지난해 첫 시도 후 4000억대 발행…신한증권, 자동차 금융 노하우 확보
이정완 기자공개 2024-10-31 13:17:29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8일 09: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캡티브(Captive) 카드사인 현대카드가 현대차·기아 자동차 판매 증가로 인해 적극적인 조달 행보에 나서고 있다. 늘어난 신차 할부 채권을 유동화 시장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 ABS(자산유동화증권)로 1300억원을 마련하더니 이번에는 4700억원이 회사로 유입되도록 만들었다.작년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이 자동차 할부 금융 조력자로 등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또 다른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인 현대커머셜과 함께 쌓은 오토론 유동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조건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단숨에 유동화 조달액 10위권 진입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현대카드유니버스제2차유동화전문'을 발행 주체로 앞세워 4707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유동화 자산은 현대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신차 신용카드사용대금채권이었다. 만기는 최대 2029년까지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공모 ABS 발행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현대카드유니버스제1차유동화전문'이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규모 신차 할부 금융 유동화에 처음으로 나섰다. 이 때는 KB증권과 iM증권을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해 1351억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규모를 대폭 키웠다. 5000억원 규모 신용카드사용대금 채권을 SPC에 넘겨 4700억원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가 얻는 효과는 명확하다. 해당 채권을 매각하는 이른바 '북오프(Book-off)' 구조를 활용해 단숨에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실질적인 조달자인 현대카드는 "유동화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산건전성 제고를 도모함과 동시에 조달 비용을 감소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나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유동성 확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금융당국이 여전사의 과도한 외형 확대를 막기 위해 한도 규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레버리지 비율은 6.4배로 규제수준인 7배 미만에서 관리 중이다.
거액의 유동화 덕에 시장 내 존재감도 커졌다. 올해 ABS 자산보유자별 유동화 금액을 살펴보았을 때 이달 말 기준 8위에 올라있다. 공모 ABS 한 건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셈이다. 비슷한 순위에 위치한 증권사가 20여건에 달하는 유동화 실적을 바탕으로 유사한 실적을 쌓은 걸 감안하면 압도적 발행 규모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공모 ABS 유동화 순위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지난해 유동화로 27위를 기록한 뒤 올해 급격한 순위 상승을 보였다.
◇신한증권, 현대커머셜과도 끈끈한 관계 자랑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도 눈길을 끈다. 신한투자증권은 또 다른 현대차그룹 캡티브 금융회사인 현대커머셜과 오토론 분야에서 끈끈한 인연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산업금융 계열사인만큼 상용차 할부 금융 수요가 더 많다.
현대커머셜은 '커머셜오토'란 특수목적법인(SPC)으로 2010년부터 적극적으로 유동화에 나섰는데 2018년 '커머셜오토제9차유동화전문'의 ABS 발행 때 하나증권과 함께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그 후로는 줄곧 나홀로 대표주관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지난 7월 '커머셜오토제15차유동화전문'을 발행 주체로 2786억원을 조달하도록 이끌었다.
신한투자증권은 현대커머셜과 관계가 현대카드 유동화 주관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유동화 거래 주관은 증권사가 실질 조달자의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금액을 확보하게 만들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조달자는 증권사의 제안을 듣고 가장 유리한 파트너를 선택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와 경쟁을 통해 해당 딜을 따낼 수 있었다”면서 “현대커머셜과 함께 여러 차례 오토론 유동화를 경험한 만큼 자동차 할부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강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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