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통합법인 미리보기]핵심 '석유'-미래 '배터리' 큰 틀 변화 없다④매출 절반가량 석유 사업서 발생, 신사업은 배터리에 집중
김위수 기자공개 2024-10-30 08:31:13
[편집자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통합법인 출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그룹 리밸런싱 작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합병에 앞서 큰 고비는 모두 넘긴 상태다. 앞으로 순항할 일만 남았을까. 더벨이 곧 출범할 SK이노베이션 통합법인의 모습을 조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8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굴뚝 산업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사업재편을 준비해 온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으로 더 촘촘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SK E&S의 주력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의 사업이 통합 SK이노베이션에 더해진다. 전통적 에너지 사업과 미래 에너지 사업은 물론 과도기적 에너지 사업이 한데 모이게 되는 셈이다.◇통합 SK이노 캐시카우 '석유'
자산규모가 100조원에 달하는 통합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이후에도 정유업의 비중이 큰 상태로 유지된다.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각 사업부문 매출 합계는 45조706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57%에 해당하는 금액인 26조원여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 및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인천석유화학(SKIPC)·SK엔텀의 석유사업 부문 실적이 포함된 수치다. 이중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이 22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출 규모면에서는 석유사업 다음으로 화학사업(5조3530억원), 배터리사업(3조2371억원), 윤활유사업(3조998억원) 등이 뒤따랐다. 그 다음으로 SK E&S의 도시가스사업(2조7705억원)이 자리했고, 전력사업(2조2823억원)과 LNG사업(2조1273억원)이 뒤따랐다. 전반적인 매출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문들이 크게 앞서는 모습이었다.
이익 규모 면에서도 석유사업의 역할이 가장 크다. 비상장사인 SK E&S는 상세한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이 아닌 법인세차감전순이익만 공개하고 있다.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이 월등히 많았다.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7353억원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내에서 석유사업을 뒤따르는 분야는 3728억원을 거둔 윤활유사업이다. 이외 석유개발사업(2965억원), 화학사업(2239억원) 등이 이익을 냈다. 배터리 사업과 소재 사업은 각각 7916억원, 1345억원의 적자가 났다.
SK E&S에서는 전력사업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3009억원, LNG사업이 2561억원, 도시가스사업이 2646억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달리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흑자를 냈다. 사업부문간 이익규모의 편차도 크지 않았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석유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문들과 이익 규모가 비슷한 수준인 점도 눈에 띈다. SK E&S의 높은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사업 우선순위 배터리에, 다른 사업들은?
통합 SK이노베이션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사업은 단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다. 두 회사의 합병 자체가 자금난에 몰린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돼왔다. 합병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의 1순위는 배터리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배터리를 제외하고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해 온 다른 신사업의 경우 힘이 빠지는 수순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포트폴리오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각기 다른 신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를테면 SK에너지는 플랫폼 사업을,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활발히 추진해 왔다.
두 기업의 신사업은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에서 리밸런싱 작업이 이어지며 '될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룹이 아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배터리 사업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 된 만큼 다른 신사업을 살필 여력이 크지 않다.
최근 발표된 SK이노베이션 사장단 인사에서 중용된 3인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신임 CEO들은 모두 엔지니어 혹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온 현장 및 기술형 인재로 분류됐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놓친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SK E&S의 경우 신사업으로 바라보는 방향은 여전히 수소다. 다만 속도조절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소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만큼 SK E&S가 세운 계획도 순연되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지난해 중 가동을 시작하려고 했던 SK E&S의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는 지난달에서야 상업가동 수순에 돌입했다. 수소 수요 확대에 따라 가동률을 올릴 것이라는 게 SK E&S 측의 설명이다.
수소 연료전지 및 수전해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플러그파워와 함께 세우려고 했던 기가팩토리 설립 일정 역시 순연되고 있다. SK E&S는 올해 중 기가팩토리를 세울 예정이었다. SK E&S 관계자는 "일정이 순연되고 있지만 수소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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