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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4]현대해상 싱가포르, 동남아 보험 트렌드 '학습창구'동남아 보험시장 공략 전초기지 역할…높은 현지화 수준 앞세워 지속 이익창출

싱가포르=강용규 기자공개 2024-11-01 12:42:08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 보험업의 가장 특징은 글로벌 선진 원수보험사들의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재보험업의 활성화다. 이는 국내 원수보험사들이 글로벌 원수보험사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고도 재보험의 영역에서 이들을 고객으로 삼아 현지 보험업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전업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재보험(코리안리)뿐만 아니라 원수보험사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도 싱가포르에서는 재보험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해상은 재보험 브로커(중개)라는 특수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면서 현지 보험업 학습과 실적 성과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작지만 강한 재보험 중개회사

현대해상이 처음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은 2011년 일본 이토추상사그룹 소속의 홍콩 보험중개회사 코스모스서비스와 합작해 재보험 브로커법인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 아시아'를 설립하면서다. 당시 지분비율은 현대해상이 49%, 코스모스서비스가 51%였다.

이후 2016년 현대해상이 코스모스서비스 보유지분 전량을 약 13억원에 인수하면서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 아시아는 현대해상의 100% 자회사인 '현대 인슈어런스 브로커(Hyundai Insurance Brokers, HIB)'가 됐다.

HIB는 보험사와 재보험사를 모두 고객으로 삼아 고객사의 국적이나 재보험 계약의 종류(임의재보험/특약재보험)를 가리지 않고 배상책임·재물·해상 등 대부분의 기업성 재보험을 중개한다.

재보험 중개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무려 147개 사업체가 영업 중일 정도로 활성화된 시장이다. 원수보험업만큼이나 활발한 재보험 영업이 중개업이라는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재보험 중개업은 원수보험업과 재보험업 양쪽 모두에 걸친 전문성을 요구한다. 특히 싱가포르에서의 보험업이 아시아의 보험 허브로서 좁게는 동남아시아, 넓게는 아시아-태평양 전역을 커버한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곳에서의 재보험 중개업은 높은 현지화 수준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HIB는 총 인원 8명의 작은 재보험 브로커사다. 그러나 현지화 수준은 매우 높다. 싱가포르인인 캘빈 리오우 법인장을 포함해 주요 업무 담당자가 모두 현지 채용인력이다. 본사와 HIB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주재원 단 1명만이 한국에서 파견된 인력이다.

현대해상 싱가포르 재보험중개법인 내부.

◇동남아 '빠른 보험업' 학습 과제

HIB의 유일한 한국인 주재원인 조성진 이사는 "재보험은 계약자의 수요보다 한 발 앞서 트렌드가 형성되는 '빠른 시장'"이라며 "특히 싱가포르는 글로벌 원수보험사 및 재보험사들의 아시아 지역 HQ(사령부)가 위치한 곳으로 리스크에 대한 논의와 의사결정이 타 지역과 비교해서도 빠르다"고 말했다.

트렌드 형성이 빠른 만큼 신상품 개발도 활발하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전통적인 보험상품 외에도 사이버보험, 보증연장보험, 단기보험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사업 기회가 항상 열려 있으며 관련 리스크에 특화돼 있는 재보험사의 발굴 및 관련 네트워크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조 이사의 설명이다.

현대해상은 2016년 6월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연 데 이어 2019년 4월 인도 뉴델리에도 사무소를 개소했다. 같은 해 6월 베트남 비엣틴은행의 자회사 비엣틴은행보험(VBI) 지분 25%를 301억원에 인수하는 등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의 보험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5월 미국에서 진행한 투자설명회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적극 진출을 타진 중인 인도나 동남아시아를 향후 유력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HIB는 현대해상이 신흥 성장시장의 보험업 트렌드를 학습하는 창구로서 규모 대비 막중한 과제를 맡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실적 성과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애초 현대해상이 재보험 중개업으로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한 것도 장차 이 지역의 산업개발 수요 증가와 함께 재보험 중개업이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기 때문이다.

HIB의 매출은 독자법인으로 전환한 2016년 13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21억8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순이익도 1억7000만원에서 7억3600만원까지 불어나는 사이 단 한 해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수업료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본사 실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현대해상 싱가포르 재보험중개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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