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나서는 현대제철]견조해진 강관 업황, 주목받는 현대스틸파이프③미국 내 수요 증가, 성장 국면 예상…"현재는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이호준 기자공개 2024-11-07 09:11:59
[편집자주]
호황 뒤 불황이 오는 건 철강 업계에서 늘 반복된 사이클이다. 하지만 불황이 오고도 호황이 언제 올지 모른다면, 심지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제 최대한 아낄 건 아끼고, 내놓을 건 내놔야 할 상황에 놓였다. 포스코와 함께 국내 양대 철강회사로 꼽히는 현대제철의 현주소다. 더벨은 고난의 시기를 맞이해 철저한 진단과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현대제철의 상황을 집중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은 과거 전사 차원의 경쟁력 진단을 통해 부족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거나 매각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특히 회사 전체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강관사업부는 과거부터 주요 검토 대상이었으며 최근까지도 매각 등 다양한 사업 구조조정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물적분할로 자회사가 된 강관사업부, 즉 현대스틸파이프는 한 달 전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현재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다만 업계는 강관 업황이 좋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며 완전히 검토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제철이 현금 유동성 확보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시기는 2020년이다. 당시 회사는 잠원동 사옥과 현대오일뱅크 지분 2% 등 다양한 자산을 매각 및 검토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고 강관사업부도 매각을 염두에 두고 M&A 시장에서 수요조사(태핑)를 진행했다.
강관은 열연강판을 내부가 비어 있는 원형 또는 각형으로 가공해 건축 기초재와 SOC(사회간접자본) 시설 등에 주로 사용된다. 현대제철의 주요 강관 제품에는 배관용 강관, 송유관, 유정용 강관, 스테인리스 강관, 전산관, 강관 말뚝 등이 있다.
현대제철은 2015년 현대하이스코 강관사업부를 흡수합병하며 글로벌 종합 철강회사로의 도약을 모색했다. 이후 강관사업부는 영업본부와 울산공장에 편입됐다가 자동차 소재를 생산하는 모빌리티부품사업부와 함께 모빌리티소재사업본부 산하로 재배치됐다.
현대제철로서는 인수한 사업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부담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결정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관사업부의 연매출은 약 1조2000억원으로 현대제철 연결 매출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장 가동률도 냉연·후판·열연·봉형강 등 주력 제품에 비해 60%대로 낮았다.
그럼에도 울산 공장 등 회사가 보유한 설비를 감안할 때 몸값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세아제강, 휴스틸과 함께 국내 '강관 빅3'로 불릴 만큼 업계 내 입지도 갖추고 있으며 연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정리하면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관심을 표한 회사가 없었다. 강관 제품은 유정관이나 송유관 등 특수용 강관의 수요가 높아 대미 의존도가 큰 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쉽게 인수에 나설 곳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도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올해 초 강관사업부를 현대스틸파이프라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 강관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대스틸파이프는 기대에 차 있다. 코로나 이후 미국 경기가 회복되며 에너지 수요가 늘었고 고유가 기조에 따라 유정 개발 투자도 증가했다.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내년에도 오일 및 가스 생산량 증가와 송유관, 유정관 수요 확대가 예상되며 성장 국면에 들어선 시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현대제철은 과거 환경 변수로 무산됐던 구조조정을 최근 다시 검토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스틸파이프 매출은 4512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3% 수준에 불과하다. 보유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업황이 좋은 지금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진단 차원에서 약 한 달간 현대스틸파이프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부 검토한 상태"라면서도 "현재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금 관리가 중요한 현대제철 입장에서 구조조정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아제강과 휴스틸 등은 강관 수요와 가격 인상을 감안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건설·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매물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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