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6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혹한기가 끝났다는 신호는 간단합니다. 중소형 벤처캐피탈(VC)이 바이오 기업에 다시 활발히 투자하면 됩니다."최근 취재 중에 만난 국내 VC 심사역의 말이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닥친 한파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 기업들이 한국거래소 심사 문턱에 막히거나 공모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바이오 대어'로 주목받았던 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업 오름테라퓨틱이 수요 예측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상장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벤처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며 바이오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8844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1058억원) 23.1% 감소했다. 바이오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2021년(1조667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52.7%)으로 떨어졌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심 악화는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과 연관돼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져 온 데다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의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다. 매출이 부족한 바이오 기업들은 주로 기술 인정을 통한 특례 상장이나 우회 상장 방식인 스팩 합병을 이용한다.
바이오 기업은 임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IPO에 나서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임상 시험을 마치지 않은 기업이 매출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출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등 떠밀려 증시 입성에 나서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높아진 거래소 문턱을 통과하기란 어불성설이다.
글로벌 12개 상위 제약사 기준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약 10~12년으로 전해진다. 이중 임상 시험에 드는 시간은 5~6년이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이후에 모험자본 투자가 집행된다고 가정해도 최소 5년 이상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영역인 셈이다.
바이오 투자를 '뚝심'으로 칭하는 배경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산업은 중소형 VC의 끈기 있는 투자가 집중된 영역이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LSK인베스트먼트 등 바이오 투자에 두각을 보이는 하우스 대다수는 운용자산(AUM) 2000억~4000억원의 중소형 VC이다. 바이오 한파를 끈기 있게 버티는 중이다.
작은 지혜가 모인다면 보다 따뜻한 겨울나기를 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바이오벤처 혁신생태계 조성방안' 마련을 위해 VC를 모아 의견을 청취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뚝심 있는 투자가 이어지도록 정책자금 투입 확대, 바이오펀드 출자 비중 상향을 비롯한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이오 한파를 녹일 '작은 온풍'이 확대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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