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07시1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엄의 후폭풍이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보며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정치적 불안정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급감했다.계엄과 관련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계엄을 단행한 이들의 면면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학연, 지연, 근무지 인연 등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고등학교 후배,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과거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로 실행 인력을 모아냈다.
슬프게도 이런 학연과 지연 중심의 구조는 낯설지 않다. 기업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진, 특히 사외이사를 선임하곤 한다. 사외이사 자리는 실력과 경력만큼 네트워크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때로는 특정 집단 안에서 대물림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자신을 선임한 경영진과의 관계, 임기 연장, 후배를 위한 자리 마련 등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회사 관련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며 인터뷰를 기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외이사들로부터 숱한 인터뷰 거절을 당하다 한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를 만나 나도 모르게 하소연을 했다. 이사회 경영이 과연 유용한 것인지, 취재를 할수록 오히려 이사회 경영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얘기했다. 내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그가 말했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하는 것 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 않겠어요?”
그 순간,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드러난 국내 기업들의 민낯이 떠올랐다. 사외이사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20년이 흐른 지금, 많은 기업들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이사들을 선발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업들은 후보 추천인까지 공개하며 투명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몇몇 기업은 보드 스킬스 매트릭스(Board Skills Matrix:BSM)를 활용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선발 과정을 도입했다.
물론 여전히 사외이사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CEO를 해임하기도 하는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지난 20년 간 사외이사 제도는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40년 전 계엄의 결과와 이번 계엄의 상황이 다르듯이, 이사회와 기업 경영의 문화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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