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 비상계엄 후폭풍]원유 100% 수입 정유사, 역대급 환율에 환차손 우려유전스 이자부담, 영업외손실로…IMF때 환율 10원 상승→830억 손실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30 15:37:2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6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으로 달러/원 환율(이하 환율)이 27일 장중 한때 1480원을 넘어서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정유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 중 하나다. 특히 원유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진 달러 빚에 막대한 환차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환율 상승 시 달러 부채 '환차손 확대' 우려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는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휘발유, 경유 등) 가격에서 원유 가격, 설비 운영비, 운송비 등을 뺀 값이다. 정유사들은 원재료인 원유를 전량 수입한다.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들여온다. 결제 통화로 달러를 쓰다 보니 환율이 급등하면 원유 매입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 정유사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화부채 보유고를 고려하면 정유사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이 가져온 원유는 석유제품이 되기까지 약 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현금이 묶이는 정유사들은 자금 융통을 위해 유전스(Usance)라는 채권을 발행한다. 유전스는 대체로 달러로 표기된 채권으로 발행돼 환율이 오를수록 이자 부담이 커진다. 이는 분기 실적 상의 영업외손실로 계상된다.

SK이노베이션 산하 정유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올 3분기 말 외화금융부채는 37억9800만 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5조121억원 규모다. SK에너지는 환율이 5% 오르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704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다른 정유사 SK인천석유화학도 같은 기간 외화금융부채 6억7431만 달러(약 8898억원)를 보유했는데 환율 5% 상승을 가정하면 167억원의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SK에너지의 경우 원재료 매입액의 약 70%를 원유가 차지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 비중이 80%에 달한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순외화부채 보유에 따른 환차손 발생으로 영업외손실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IMF 사태가 촉발한 1997년 말 환율이 막 1000원을 넘어섰을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유전스 차입금 환차손 830억원이 증가하기도 했다.
고환율의 이점도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유 가격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돼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생산한 석유제품의 절반가량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에도 원화 가치가 낮아야 유리하다.
다만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 비중이 워낙 높은 데다 세전 항목에서 외화 차입금이 많아 순손실이 날 가능성이 크고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요 위축을 초래해 궁극적으로는 실적이 저하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인데 단기간에 환율이 빠르게 오를 때는 원유 수입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왑·선도 계약으로 대응...C레벨 직속 리스크 관리 조직 운영도
정유사들은 금융권과 통화스왑계약 통화선도계약 등으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 3분기 말 기준 계약금액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환스왑 매도계약 7건을 체결한 상태다. 같은 기간 SK에너지도 국내외 은행 4곳과 통화선도·통화스왑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에쓰오일은 환율 리스크 관리 조직 CMC(Cash Management Committee)를 운용하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의장을 맡고 해외사업 담당임원과 재무담당 임원 등이 참여한다. CMC는 환율 등의 변동이 회사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HD현대오일뱅크는 환율과 유가, 마진 등 주요 시장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경제위기 등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로 주요 리스크의 변동성이 확대돼 회사 손실이 우려되는 경우 수시로 개최된다. 위원회가 헤지 전략을 결정하면 운영전략팀이 해당 거래를 시행하는 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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