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06일 07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운용업계에 해외 진출 바람이 분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투자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는 이제 흔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에는 미국 투자에만 집중하겠다는 투자자문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상품부에서는 해외 투자를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하우스에게는 정량조건을 보지 않고 판매 기회를 준다고 공언하기도 했다.사실 사모펀드의 해외진출은 그간 드물었다. 구조적인 이유 탓이다. 세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식을 매매해 얻은 수익에는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주식의 경우 수익을 올린다면 250만원까지는 비과세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수익의 22%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
펀드는 사정이 더 나쁘다. 해외 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이 배당소득세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배당소득세는 종합소득세로 분류, 최대 45%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방세와 보험료 등을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거의 절반에 가깝다. 매매차익은 면세인 국내주식형 펀드와 함께 매대에 내놓기엔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간 해외 전문 사모운용사가 없었던 이유다.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에 나선 건 투자자들의 선호가 세금을 이길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세금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 투자해야겠다는 고객들의 생각이 어느때보다도 강하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지수가 떨어지기만 하는 국장보다 성장하는 미장에 투자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아직 국내 운용사의 해외 펀드는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인 대안은 아니다. 사모펀드 고객들은 보수를 많이 지급하는 만큼 패시브, 공모펀드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레코드를 가진 해외 전문 매니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한국에서 미국의 펀드매니저보다 어떻게 더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운용사들이 증명해야 할 지점이다.
사실 미국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건 국가 차원에서 장려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익자가 원하는 상품을 공급해야 할 운용업계에서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력있는 매니저가 좋은 펀드를 내놓는다면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다. 하락을 거듭하는 국내 증시로 고사 상태에 놓인 사모운용업계에 해외 진출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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