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07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탈(脫) 한국'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내 리츠(REITs) ETF 시장 대신 미국 리츠 ETF로 투자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배당 매력을 앞세워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는 무너진 지 오래다.금리 인하는 리츠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다. 배당 수익률 매력이 부각되며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리츠 시장은 금리 하락의 호재마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자산 구성의 단조로움, 그리고 정책적 불확실성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리츠 시장은 초기 성장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운용 자산은 상업용 오피스 빌딩과 물류센터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경기 민감도가 높아 경기 침체와 공실률 증가에 취약하다.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하락은 리츠의 배당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안정성은 이미 약화된 셈이다.
정책 불확실성도 문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내놓은 임대차 규제와 시장 개입은 오히려 리츠 상품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준다. 정책적 명확성과 시장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반면 미국 리츠 ETF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금리 인하와 함께 물류, 데이터 센터, 의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걸쳐 투자하며 안정성을 확보했다. 정책적 일관성과 성숙된 시장 구조를 바탕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리츠 ETF 시장은 더 이상 외부 요인만을 탓할 수 없다. 금리 인하가 제공하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시장은 더 깊은 침체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운용사들은 자산 구성을 다변화하고 배당 안정성을 강화해야 하며 정부는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국내 리츠 ETF 시장에 필요한 것은 단기적 처방이 아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시장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내 리츠 ETF는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은 채 점점 더 고립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라는 호재는 영원하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국내 리츠 ETF 시장이 변화와 혁신에 나설 시점이다. '탈 한국'이라는 투자자들의 선택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국내 리츠 시장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피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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