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IFC 인수 '저울질' 동국제강, 실익있나 내부 검토 지속, "안건은 아직"…형제·사촌 물량 불확실, 점유율 확보는 가능
이호준 기자공개 2025-05-02 11:00:35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8일 14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이 현대제철의 단조 사업 자회사 현대IFC 인수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실무진을 중심으로 내부 검토를 이어가며 실제로 이사회 안건 상정 여부를 신중히 고민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신중하게 접근 중인 이번 거래를 냉정히 보면 동국제강 입장에선 얻을 실익은 제한적인 반면 떠안아야 할 리스크는 크다는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외형 확장 의도는 읽히지만 재무 여건, 현대가 물량 방어 여부, 인수 효과 모두 불확실하다는 분위기가 현재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연쇄 투자 부담 가중…"형제·사촌 그룹 통한 물량도 불확실"
28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현대IFC 인수를 위한 내부 검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은 이달 중순 공시를 통해 "철강 본원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현대IFC 인수를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따져야 할 부분은 많다. 동국제강의 재무 여력은 없는 편은 아니다. 작년 말 기준 별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637억원이다. 부채비율도 87% 수준으로 안정적 재무 구조를 감안하면 현대IFC의 순자산가치 3471억원과 비교해 인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외 환경이다. 동국제강은 철근과 봉형강 등 강재류 중심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동국제강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5억원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지출을 단행하면 추가 충격에 대응할 현금 여력은 더 얇아질 수밖에 없다.
또, 컬러강판 계열사 동국씨엠이 지난해 하반기 아주스틸을 1285억원에 인수했다. 동국씨엠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77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빅딜'이었다. 물론 이는 동국제강의 재무 상황과 직접 연결되진 않지만 최근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흐름을 보면 집안 전반의 재무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IFC 자체 사업 구조도 변수다. 조선용 대형 단조품을 주력으로 하며 주요 고객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마린엔진으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이 인수할 경우 현대제철 산하 보호막이 사라지고 외부 납품업체로 전환되면서 매출 안정성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안건으로 상정되진 않았다"며 "동국제강은 자금력이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다. 형제, 사촌 그룹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해왔던 물량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 난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점유율 확대는 가능…'내 몫' 넓혀 미래 대비하나
이런 상황에서도 동국제강이 현대IFC 인수 검토를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감소하는 시장 속에서 생존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국내 철강 수요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다.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군에서 수요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앞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크다. 이 상황에서 신시장 개척보다는 기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쪽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현대IFC 인수도 이런 흐름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IFC는 전남 순천에 연간 제강 50만톤, 단조 14만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설비들은 이미 상업생산 중인 라인이다. 새로 설비를 짓거나 인증을 받을 필요 없이 조선소 대상 납품량을 바로 늘릴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
물론 현대계열 물량 감소나 계약 재협상 가능성 같은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조선사향 제품은 국내 고정 수요를 기반으로 일정 수준 방어가 가능하다. 매출 확대보다는 단조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핵심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쟁사 인수 가능성까지 고려해 동국제강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세아제강 등 다른 업체가 현대IFC를 가져가면 향후 시장 축소기에 동국제강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지금 대응하지 못하면 재편기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면 자금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인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론 볼륨 확보가 곧 생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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