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건 58억달러 규모의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투자금을 마련하려는 셈법도 있고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실은 주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최후의 승부수이기도 하다.시장은 냉정하다. 현대제철의 PBR은 0.17에 그친다. 시가총액은 포스코홀딩스의 8분의 1 정도다. 유산에 가깝다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분 12%를 쥐고 있어도 주가 방어가 안 된다. 시장은 이미 현 사업 구조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결국 필요한 건 변화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역시 수익성 중심의 재편이긴 했지만 진정 현대제철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2020년 이후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을 정리하며 중국법인 통폐합 수순을 밟았고 강관 사업 등을 분리해 독립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밀려 빠진 형국이었고 자회사 분리 역시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사업의 판 자체를 뒤집지 않는 한 시장은 계속해서 “그래서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데”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장면은 마련됐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세울 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생산에 특화된 전기로 시설이자 저탄소 철강 개발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고급재 시장 확대와 ESG라는 스토리를 고려하면 시장이 ‘달라졌다’고 받아들일 최소한의 조건은 갖춘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엔 속도도 다르다. 현대IFC나 현대스틸파이프 같은 자회사 매각 논의가 공식화됐고 동국제강 등 일부 업체와의 접촉 사실도 업계 전반에 알려졌다. 노조 반발 같은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어떤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금만큼 이 정리가 전략적으로 비치는 순간은 드물다.
시장도 보다 선명한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은근히 품기 시작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자회사 매각 흐름에 맞춰 봉형강 사업 부문까지 과감히 정리하면 어떨까”라며 “고부가 중심의 성장형 철강사라는 서사를 만든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 대응하려는 그룹 차원의 전략에서 출발한 흐름이다. 하지만 이유가 뭐든 현대제철에겐 기회다. 과감한 실행력으로 변화를 증명하는 일, 만만치 않지만 시장은 그런 기업에 결국 다시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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