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다면 성장도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실패를 당연시 하자는 건 아니다. 실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소통, 이에 대한 책임, 후속조치는 당연한 절차다. 실패에 둔감해지면 선관의무는 기대하기 힘들고 도덕적 해이도 난무할 수밖에 없다.바이오만큼 실패에 익숙한 산업이 또 있을까.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임상이 실패하고 조용히 사장되는 물질도 부기지수다. 셀 수없이 많은 바이오벤처가 생겨나고 존재하지만 세간에 오르내릴 정도로 빛을 보는 물질은 몇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최근 엄혹한 현실에 임상 실패 및 중단 이슈가 더욱 아프게 읽힌다. 그럼에도 그들의 의지와 패기가 꺾일까 조심스러워 탓할 수도, 책임을 따져묻기도 어렵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그렇게 조용히 그들의 선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텍들이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선 짚을 필요가 있다. 지난달 28일 오름테라퓨틱은 주력 파이프라인 임상 중단 사실을 공시를 통해 알렸다. 이후 기자들의 취재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실 확인에 대한 대응을 했고 이후 늦은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바뀐 파이프라인 전략을 발표했다.
주력 물질이던 'ORM-5029'의 임상 중단 얘기 없이 신규 파이프라인으로 'ORM-1153'을 밀겠다는 게 골자였다. 모든 매체들이 CFO 워딩을 기반으로 넥스트 물질에 대한 기대감을 보도했고 덕분에 하루만에 하한가에서 벗어나게 됐다.
더벨은 IR이나 CFO 워딩 말고 과학적으로 임상중단 배경을 들어보고자 R&D와 맞닿은 인물들을 찾아 동분서주했지만 접촉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임상은 미국에서 진행 중이었고 CMO(최고의료책임자) 등 주요 키맨들은 외국인이거나 해외에 체류 중이라 닿을 수 없는 위치였다.
창업주인 이승주 대표 역시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심지어 해외에 있어 만나기도 어려웠다. 그나마 더벨은 이 대표가 체류 중인 미국 AACR 학회 현장에서 가까스로 만나 상황을 직접 듣고 인터뷰 할 수 있었다.
그는 상장 당시 매출 추정치에서 'ORM-5029'에 대한 기술이전 등 추정값을 삭제했기 때문에 논란이 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이미 주력물질의 임상 중단을 예상했다는건데 충분히 시장과 소통을 했어야 했다.
더욱이 상장 진행 당시 이를 이미 인지했다면 자체적인 본임상 프로그램이 없이 상장을 진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단 2건의 기술이전으로 상장을 완주했다는 건 현 바이오 IPO 허들을 감안할 때 납득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결국 오름테라퓨틱에는 현재로선 자체 본임상 프로그램이 없다. 새롭게 내세우는 파이프라인은 이제 막 전임상을 끝냈고 본임상까지 1년 반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마저도 불확실하다.
풀리지 않는 의문에 오름테라퓨틱은 별 다른 대응이 없다. 한국 언론도 주주도 그저 '잘 몰라서 하는 소리'로 폄하된다. 그 사이 오름테라퓨틱의 기업가치는 고점대비 반토막이 났다. 투자자 입장에선 또 '존버'할 수 밖에 없다. 혁신기술로 선진시장을 겨냥한다는 바이오텍들의 소통법은 왜 구태에서 더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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