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CJ제일제당, '5000억 몸값' 셀렉타 매각 취소 영향은올해 1조규모 투자, 조달계획 공백 불가피…바이오업황 회복은 긍정적
고진영 기자공개 2025-05-14 08:15:35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15시4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CJ제일제당은 자금유입 계획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1년 넘도록 진행해왔던 바이오 자회사 매각작업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진행 절차에 차질도 있었지만 업황을 감안할 때 매각이 급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은 최근 눈에 띄는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CJ제일제당은 최근 CJ셀렉타(CJ Selecta S.A)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 매각대상은 CJ셀렉타 지분 56%를 보유한 CJ라탐 지분 100%, 그리고 CJ제일제당이 가지고 있던 CJ셀렉타 지분 10%다. 매각 상대방은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의 브라질 자회사였으나 거래가 중단됐다. 2023년 10월 매각 계획을 발표한 뒤 약 1년 7개월 만이다.
회사 측은 “거래 선행 조건에 대한 충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경영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행 조건의 내용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알려지지 않았으나 번지 측의 계약 실행이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 CJ제일제당이 CJ셀렉타를 팔고 받기로 한 금액은 4805억원이다. 매각을 위한 선행절차 차원에서 CJ셀렉타 잔여 지분을 인수하는데 1400억원가량을 쓰기도 했다. 회사는 매각대금을 해외투자 자금에 보탤 예정이었다. 기존 아시아 중심이었던 수익 기반을 벗어나 해외투자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호주까지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호주에서의 매출 성장률은 2023년 38%, 2024년 41%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에서 20개, 일본과 중국 4개, 베트남 3개, 유럽은 1개의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글로벌전략제품(GSP)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사우스다코타 공장, 헝가리 공장 등을 추가로 짓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투자규모는 약 1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1조원 가운데 6000억원 정도는 신규증설이고 나머지는 유지보수 비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셀렉타를 일정대로 매각했다면 2025년 계획한 지출의 절반은 충당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계약 취소에 따라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 가중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최근 현금창출력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CJ제일제당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19년 이후 추세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현금창출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2019년 2조원 수준이었던 연간 EBITDA는 지난해 말 3조950억원까지 늘었다. 2024년 신종자본증권 7400억원을 발행, 기존 영구채 6500억원을 갚고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바이오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부문은 그린바이오(사료용 아미노산, 식품용 조미료)와 레드바이오(제약 및 의료), 화이트바이오(친환경 바이오 소재)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CJ셀렉타 등이 담당하는 그린바이오가 매출 대부분을 채운다.
바이오부문은 2023년 글로벌 축산업황이 침체하고 대두 제품군 시황이 나빠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었다. 하지만 2023년 3조4900억원 남짓이던 바이오부문 매출은 지난해 4조8540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2%에서 16%로 확대됐다.
고부가가치품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농축대두단백 시황이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CJ셀렉타는 농축대두단백 1위업체다. 이에 따라 올 초에 이미 매각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시장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CJ셀렉타 실적을 따로 보면 2023년 237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작년엔 122억원으로 손실폭이 줄었다. 주력제품인 농축대두단백 시세가 오르고 있는 만큼 이익 개선은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올 초 유럽연합(EU)가 중국산 라이신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발표한 것도 그린바이오사업에 희소식이다.

라이신은 가축 사료에 쓰이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수년간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글로벌 라이신값은 바닥을 기었다. 하지만 EU의 발표 직후 유럽의 중국산 라이신 가격은 60% 이상 비싸진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엔 호재다.
회사 측은 “바이오의 경우 CJ제일제당이 중국산 수출은 없고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산 수출이 있다보니 상당한 어드벤티지가 있어서 올해 기대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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