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07시0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의 등기임원은 ‘회사 전체’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통상 CFO가 회사 전체 사업을 아우르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사내이사로서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최근 양영근 현대차증권 CFO에게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CEO 외 CFO를 사내이사로 콕 찝어 선임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굉장히 명쾌한 설명이었다. 생각해보니 CFO는 CEO와 더불어 ‘전사 최적화’라는 이사회 판단의 방향성과 가장 궤를 같이하는 포지션인 것 같다.
이렇듯 사내이사로서의 CFO는 회사 전체를 바라보며 이사회 판단의 균형점을 잡는 역할로서의 의미가 커 보인다. 이때 CFO는 단순한 재무 전문가가 아니라 전사 전략과 연결된 의사결정자로서 넓은 시야를 요구받는다. 단기 리스크와 장기 기회를 동시에 보는 능력과 위기 발생 시 신속하고 명확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세계 최대 물류회사 독일 도이체 포스트(DHL)의 CFO였던 멜라니 크라이스(Melanie Kreis)는 사내이사로도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한 바 있다. 그가 DHL CFO에 올랐던 건 2016년의 일이다. 편지 배달은 줄고 온라인 쇼핑 배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다.
그는 완전자동화 물류시스템을 도입해 로봇이 상부 그리드를 따라 이동하며 주문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화를 회사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변화하는 물류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토록 했다.
DHL그룹은 2022년 ‘최고미래전담임원(Chief Future Officer·CFO)’이라는 신기한 직책을 만들고 멜라니 크라이스를 이 자리에 앉혔다. 숫자를 다루는 게 최대 임무인 것만 같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고미래책임자(CFO)가 된 것은 근래의 CFO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CFO는 이사회를 전략적으로 진화시키는 견인축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내이사인 CFO는 CEO와 사외이사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이 중간자적 역할에 전략적 통찰이 더해질 때 CFO가 전달하는 정보는 단순 보고를 넘어 회사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전략이 된다.
그래서 이제 묻고 싶다. 당신의 CFO는 회사의 이사회 테이블에서 단지 숫자만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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