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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CAPA 전쟁]탄약 밸류체인 '수직구조' 구축…고도화 수요 정조준⑥[풍산] '일관생산 시스템' 탄약 원소재부터 완성조립 단계까지…글로벌 생산기지 '시동'

허인혜 기자공개 2025-05-29 14:24:40

[편집자주]

방산 수출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으며 국내 방산기업들이 생산능력(CAPA)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 수요가 단기성 계약이 아니라 다년간의 공급을 전제로 한 수주로 바뀌며 생산거점 확보와 제조라인 고도화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떠올랐다. 기업들도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전체 밸류체인의 재설계를 추진하는 중이다. 대규모 자금 유입이 전망되는 만큼 현금흐름과 조달 방식도 꼼꼼하게 짜고 있다. 더벨이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의 생산성 확대 전략과 자금 조달 방안, 주력 무기 품목에 따른 CAPA 전략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7일 16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풍산은 1975년 M1소총 탄약을 첫 수출했다. 1973년 우리 정부로부터 탄약 제조업체로 지정을 받은 후 탄약 시장 진출 초기부터 수출 성과를 낸 셈이다. 2010년대 이미 60여개국에서 풍산의 탄약을 썼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 노하우가 쌓였다.

그러나 방위산업은 극도로 유동적인 시장이다. 한동안은 국군 납품과 예측 가능한 해외 수요를 유지하다가도, 정치적·지정학적 변화와 각국의 무기 표준 및 규제 등의 영향으로 언제든 예상이 뒤집힐 수 있다. 또 미국과 필리핀에서 시작한 수출 국가가 유럽을 넘어 중동과 아세안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각국의 다양한 기술과 납기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국내 조달 계획과 무관하게 수출 대응이 가능한 구조는 풍산의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재료 수급부터 완제품 제작, 연구개발(R&D)까지 수직적으로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한 덕분이다. 폴란드 등에서 현지 생산체계를 갖추면 국내외를 아우르는 탄약 밸류체인의 완전한 내재화를 달성하게 된다.

◇다변화된 수출지, 주문 앞서 맞춰야 하는 국가별 규격

풍산은 방산 부문의 주요 매출처로 유럽과 미국, 아세안과 중동 등 글로벌 전역을 지목하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세안 국가 등으로 수출국가가 확장됐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매출도 늘지만, 동시에 충족해야 할 규제도 복잡해진다.

특히 방위산업의 물품들은 국가별로 기준치가 까다롭다. 모든 방산기업들이 해외 수출시 다층적인 규제를 적용받지만, 고도화 첨단 무기들은 계약 성사 당시부터 고객 국가의 요구에 따라 맞춤설계되고 납기일도 상대적으로 길다. 반면 탄약은 이미 국가별로 규격화된 범용 제품이 정해져 있다. 사전에 다양한 국가 기준에 맞춘 제품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술과 가격 기준을 충족해 수출 계약을 맺어도 우리 정부가 제동을 거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레바논 등의 분쟁지역에 풍산의 제품을 수출하려면 탄약이나 포탄에 상표나 출원지, 일련번호(LOT) 등을 모두 지우라는 요구다.

국가별 표준을 보면 북미와 유럽 서방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나토(NATO) 국가들은 무기체계에 대한 표준협정인 STANAG(STANdardization AGreement)를 수립해 뒀다. 미국에 수출할 때는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이 적용된다. 총기허용 국가에는 민간 탄약도 판매하는데 미국의 경우 미국탄약협회(SAAMI)의 규격에 따라 생산하고 유통해야 한다. 중동과 동남아시아도 각국마다 자체적인 표준과 규제를 마련해 뒀다.

◇'일원화 수직구조' 구축한 풍산

풍산의 탄약 제품 카탈로그 첫 장에는 "풍산은 탄약 생산에 필요한 동합금 소재는 물론 추진화약 기초원료에서부터 금속부품과 완성탄의 충진, 조립, 포장에 이르기까지 생산체제를 수직계열화해 완벽한 일관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소개문구가 있다.

풍산의 자랑이자 경쟁력은 원재료 수급부터 완제품 제조, 연구개발까지 이어진 수직구조다. 당연히 협력사와의 공조도 탄탄하게 쌓아뒀지만, 이론적으로는 내부 밸류체인만으로도 탄약을 제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풍산은 신동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구리와 동합금 소재를 생산한다.

방산 부문만 떼어봐도 사실상 탄약과 관련한 모든 제품과 부품을 자체 생산 중이다. 풍산의 탄약 제품군을 보면 소구경탄부터 항공탄과 스포츠탄은 물론 추진화약의 원료인 니트로 셀룰로오스까지 다룬다.

이런 일관생산 시스템은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대표적인 예로 풍산의 또 다른 주요 제품인 소전(素錢)은 주조와 압연, 가공과 검사 등이 단일 공장에서 끝나는 일관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의 '타겟반' 등 풍산의 글로벌 협력사들은 일관생산 시스템을 높게 평가한다. 효율적인 데다 품질 관리도 확실하다는 게 협력사들의 이야기다.
풍산이 생산하는 탄약 제품들. 사진=풍산
탄약을 제조하는 안강사업장과 부산사업장은 생산라인을 병렬로 나눴다. 부산사업장이 군수용 소구경 탄약과 경기, 수렵용 스포츠 탄약을 생산한다면 안강사업장은 군에서 사용하는 전 탄종을 아우르는 등 군수용 탄약에 더 집중한다.

검수도 철저하게 진행한다. 풍산의 미국법인 자회사인 PMC 애뮤니션은 세계적인 시험기관인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 전문가도 초빙해 제품을 점검한다. 여기서 판매하는 스포츠탄은 국내에서 생산해 납품한다.

◇주요 고객 폴란드, 현지생산 '당근책'…밸류체인 글로벌화

탄약은 주로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지만, 계약의 규모가 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폴란드가 그렇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국의 탄약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다. 미국보다도 더 많이 샀다.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자체적으로 탄약 생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풍산은 지난해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의 계약을 통해 폴란드에 수출 실적을 올렸다. 탄약생산지원법(ASAP·Act in Support of Ammunition Production)에 따라 현지생산 거점이 없는 기업들의 수출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풍산도 현지 생산의 당근책을 써야한다. 풍산의 방위사업 부문 수출액은 지난해 연결기준 697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폴란드의 수출 비중이 높았다. 수주 규모는 8100억원을 웃돈다.

증권가 리포트 등에 따르면 풍산은 폴란드의 탄약공장 건설 파트너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155mm 포탄 생산공장이 유력하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폴란드 외에 터키와 인도 등지에서는 전략적 협력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 또는 유럽 현지 공장 합작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현지 거점이 중장기적으로 마련되면 풍산은 탄약 밸류체인을 국내외로 완전히 확장하게 된다.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공급망 안정성과 납기 신뢰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밸류체인을 확대하면서 유럽 조달 시스템 내에서 풍산의 전략적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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