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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바이오 재편]4년 만의 재분할, 'LG생명과학'과 무엇이 달랐나양사 모두 자생력 제고 차…삼양 지주사 체제 완성·LG화학은 엔솔 선례 부담

최은수 기자공개 2025-06-10 08:08:36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5일 08시1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홀딩스의 삼양바이오팜 흡수합병 후 재분할은 국내 바이오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7년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한 비슷한 전례는 있다. 하지만 품었던 바이오사업을 다시 쪼개는 건 국내선 삼양그룹이 처음이다.

삼양그룹과 LG그룹 모두 바이오 사업을 안정권에 올리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다만 재분할을 두고는 선택이 갈렸다. 먼저 삼양홀딩스는 지주회사, LG화학은 사업회사인 점에서 두 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대하는 자세를 가른 단초가 보인다. 또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출범할 때 시장의 입길에 올랐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양홀딩스 국내 첫 '모회사 바이오 흡수 후 재분할' 선택

삼양홀딩스는 지난달 의약바이오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삼양바이오팜을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0월 주주총회 추인을 거쳐 11월 분할이 진행될 예정이다. 2021년 코로나19 등 대외변수를 고려해 안정적인 투자를 염두에 두고 흡수합병을 결정한 지 4년 만에 다시금 바이오 사업 독립법인 체제를 선택한다.

국내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바이오 자회사를 흡수합병했다가 재분할하는 건 삼양홀딩스가 처음이다. 삼양그룹과 같이 바이오를 키우기 위해 신설한 자회사를 흡수하는 사례 역시 국내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다. 업권 전체를 보면 2017년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한 사례와 결이 비슷하다.


2011년 설립된 흡수 전 삼양바이오팜과 2002년 첫 출범한 LG생명과학의 경우 업력에선 차이가 있다. 다만 양사 모두 바이오에 효율적으로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흡수합병을 선택하게 된 목적 자체는 동일하다.

LG화학의 흡수합병은 모회사가 자회사를 품어 내부에서 바이오 사업을 유지·성장시킨 사례가 전무하다보니 이후도 꽤 오래간 업계에서 회자됐다. 합병 초기엔 LG그룹이 결국 바이오 사업을 접는 수순에 들어설 거란 해석이 힘을 받기도 했다.

LG화학의 경우 2017년 LG생명과학을 사내 사업본부로 흡수합병한 이후 1조원이 넘는 R&D 비용을 투입시켰다. 2022년 약 8000억원을 들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따낸 신장암 신약(포티브다) 라인업을 갖춘 미국의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비용을 합치면 10년이 되지 않는 사이 2조원 이상을 바이오 성장에 투입한 셈이다.

흡수 직전과 재분할을 앞둔 삼양바이오팜의 재무를 대조하면 유동자산은 약 78%(593억원→1053억원) 늘고 부채총계는 약 27%(745억원→545억원) 줄었다. LG화학만큼 전폭적인 베팅은 아니다. 그러나 삼양그룹 역시 지주사에 삼양바이오팜을 합병시킨 이후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데 힘썼다는 점은 앞서 재무 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주사 vs 사업회사의 차이

삼양그룹과 LG그룹이 모회사를 통해 바이오 성장동력을 공급하는 구조에서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삼양바이오팜을 품은 삼양홀딩스는 지주사이고 LG화학은 사업회사인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삼양홀딩스는 이번 재분할을 통해 의약바이오 사업부문을 떼어내면 지주사로서 계열회사 관리 및 투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삼양바이오팜이 IPO를 거쳐 상장할 경우 효익도 얻는다. 이밖에 상장법인인 삼양패키징과 삼양케이씨아이, 삼양바이오팜까지 포함해 지주사를 중심에 두고 식품·화학, 의약바이오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된다.


반면 LG화학은 지주사가 아닌 사업회사로 LG생명과학을 사업부 중 하나로 둬도 느끼게 되는 부담이 크지 않다. 이미 내부에 석유화학·첨단소재·팜한농 등의 사업부를 두고 있는 것도 일례다.

바이오 사업을 분리하는 게 LG화학에게 꼭 긍정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LG화학은 바이오를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해마다 수천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쏟아붓는 중이다. 지금껏 투입한 규모가 조단위를 넘어서다보니 생명과학부문의 재분할을 선택할 경우 R&D를 지탱하는 명목의 자산 역시 조 단위를 내어줘야 한다.

심지어 그런 결정을 내린다 해도 R&D 지속 여부나 사업 영속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의 매출액은 이제 1조원을 넘었고 2024년 영업이익 및 EBITDA는 1000억원을 소폭 상회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규모나 자생력을 갖춘 듯 보인다. 그러나 앞서 현금창출력은 연간 R&D 비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해 출범하고 상장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도 재분할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LG화학은 2020년 배터리사업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로 분할한 뒤 상장을 시켰는데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IPO를 계기로 우리 주식시장에선 물적분할은 물론 중복상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만들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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