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금융권 'CBD 기피령'…서울 도심 오피스 매물 쌓인다연기금·공제회 중심 투자 자제 분위기…공급증가에 임대가 정체 등 투심 악영향
이명관 기자공개 2025-06-11 08:16:39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4일 13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도심권 업무지구(CBD)를 둘러싼 금융권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매각 시도는 늘고 있지만 딜 성사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출자기관 중심으로 CBD에 대한 관심도가 떨지면서다. 투자 회피가 구조화되는 분위기다. 공급 증가, 임대가 정체, 공실 우려 등 복합 리스크에 따라 대출과 LP(유한책임출자자) 참여 모두 소극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다.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공제회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CBD 지역 부동산 딜에 대한 투자 보류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출자기관에선 CBD 딜은 당분간 검토 자체를 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CBD는 현재 리스크 요인이 많다고 보고 신규 검토를 아예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발중인 신규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을 비롯해 금리 불확실성, 리모델링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CBD는 서울의 대표적인 프라임 오피스 권역으로, 그동안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방어력이 강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축과 리모델링을 통한 대형 오피스 자산 공급이 집중되면서 투자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공실률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수요 증가보다 공급 확대 속도가 더 빨라지며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금융권의 선긋기는 실제 시장 내 매물 누적 현상과 맞물리며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 을지로 일대 대표 오피스 중 하나인 '씨티센터타워'는 올해 초부터 원매자를 물색하다 입찰을 연기한 상태다. 해당 오피스는 투자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광화문 일대의 랜드마크 빌딩인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역시 시장에 나왔으나,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기대한 수준의 매수 호가를 충족시키지 못해 딜이 중단된 상태다. 이외에도 시그니처타워, G1 오피스 등 다수의 프라임 자산이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거래 공백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 국면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와 리모델링 부담, 임대료 정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이 가격 재조정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투자자의 눈높이가 아니라 매도자의 판단 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CBD 딜이 계속 누적된다면 결국 밸류 자체를 새로 써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규 공급 우려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오는 2029년까지 서울 CBD 권역에는 약 254만㎡(77만평) 규모의 오피스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과거 5년간 연평균 공급량의 약 1.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규모 리모델링 자산 및 복합개발 프로젝트가 일시에 몰려 있는 구조다. 특히 2027년 이후 연간 60만㎡ 이상 공급이 예고돼 공실 증가와 임대가 하방 압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기류는 거래 성사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매각 측은 안정적 임차 구조와 입지를 근거로 가격 방어에 나서지만, 매수 측은 보수적 가치 산정과 대출 조건 강화 등을 이유로 호가에 접근하지 않고 있다. 최근 CBD 내 한 3000억원대 매각 건의 경우, 복수의 금융기관이 투자검토를 중단하며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CBD를 둘러싼 거래 비수기와 투자 회피는 당분간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매도자 또한 목표 수익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협상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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