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블랙홀]선제 대응 나선 LG, 생산지 '선택과 집중'③주요 계열사 전략 상이, 글로벌 사우스 투자 병행
김도현 기자공개 2025-06-16 11:13:44
[편집자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AmericaGreatAgain)'를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투자 유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관세폭탄, 보조금 폐지 등을 검토하면서 글로벌 기업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분위기다. 미국행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연관 업체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국내 산업계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9일 09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가 '트럼프 스톰'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여파를 최소화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가 경쟁사 대비 한발 먼저 움직이는 게 포인트다. 무리하게 미국 투자를 강행하기보다는 유연한 생산라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사업 이외 측면에서는 그룹 내 워싱턴사무소와 글로벌전략개발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전략을 수립 및 실행하고 있다.
◇가전·배터리·전장 부품 등 공장 설립 검토
LG그룹에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이 있다.
이중 LG전자는 미국 증설을 검토하다 속도 조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테네시 지역에서 세탁기, 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냉장고 제조라인을 추가하는 것을 논의했으나 잠정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미국 클락스빌·몽고메리카운티 산업개발위원회(IDB)에 테네시 공장 인근 부지 인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생산시설로의 전환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당분간은 아니다.
이에 관해 지난달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생산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며 "우선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의 관세정책 등이 수시로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현지 투자를 후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기차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변경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이는 보조금, 세액공제 등의 대폭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룹을 넘어 업계에서도 가장 공격적으로 미국 투자에 나선 곳이다. 이미 공장들이 가동 중이고 구축을 앞둔 공장도 여럿이다. 다만 대외환경이 급변하면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양산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도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 등이 이를 수행한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세 번째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 3공장은 결과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단독 운영하게 됐다. 역시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트럼프발 영향은) 예견했던 시나리오 중 일부"라며 "대미 투자는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재무부담을 고려해 투자 속도를 조정할 방침이다.
LG이노텍의 경우 미국 대신 멕시코에 힘을 주고 있다. 당초 멕시코 관세 우려로 삼성전기 등이 현지 진출을 백지화했으나 LG이노텍은 증설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관세율이 높아지더라도 북미 완성차업체를 공략에 유리한 멕시코 사업장의 이점을 우선 시한 결정이다. 올 4분기부터 전장부품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LG전자를 비롯한 그룹사들은 인도, 베트남 등 '글로벌 사우스'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벌 생산거점을 별도로 두는 복안이다. LG전자의 인도 3공장 착공이 대표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LG이노텍도 베트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북미 대관조직 '투트랙', 인력 강화 지속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스텝 예측이 어려운 만큼 전문조직의 존재가치가 높아지는 추세다. LG그룹은 워싱턴사무소와 글로벌전략개발원 '투톱' 체제를 이뤄 대응 중이다. 글로벌전략개발원은 LG 경영연구원 산하, 워싱턴사무소는 글로벌전략개발원 산하다.
워싱턴사무소는 작년 말 황상연 소장을 임명했다. 인텔, 노키아, LG전자 등을 거친 그는 2022년 워싱턴사무소 출범 때부터 함께한 인물이다. 전임 임병대 소장이 물러나면서 중요할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공동 소장이던 조 헤이긴 소장은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방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헤이긴 고문은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또한 올 4월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에서 장기간 근무한 제현정 리더를 영입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의 통상 활동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축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은 2023년 신설됐다. 국무조정실 차장을 지낸 윤창렬 원장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글로벌전략개발원을 이끌고 있다. 이 조직은 국제정책 대응책을 세우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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