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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선 이랜드그룹]다시 고삐 죄는 재무 전략…IPO 카드도 주목③팬데믹 이후 주요 사업 실적 회복 정체, 자산 유동화 범위 그룹 전반으로 확대

정유현 기자공개 2025-06-11 07:32:35

[편집자주]

이랜드그룹은 패션·유통·외식 등 생활 밀착형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복합 소비재 기업이다. 오랜 기간 유통 채널이 중심축 역할을 해왔지만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사이, 패션과 외식 부문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벨은 전략 재정비가 진행 중인 이랜드그룹의 현황을 짚고, 변화의 흐름과 핵심 인물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5일 08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의 숙원 과제는 재무 건전성 회복이다. 외형 확장기 동안 누적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랜 시간 자산 매각과 브랜드 정리에 나서며 내실을 다졌다. 2019년을 기점으로 부채비율을 일정 수준까지 낮추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생활밀착형 사업 포트폴리오는 '코로나19'에 취약했다.

핵심 축이었던 이랜드리테일 등의 실적 회복세가 더뎌지며 재무 부담이 다시 가중됐다. 작년 말 자산매각 TF를 조직한 것을 계기로 계열사 전체의 자산과 사업을 점검하는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 가운데 외식 사업 계열사 '이랜드이츠'가 IPO 카드로 부상했다. 이랜드그룹이 자산 유동화 작업과 계열사 기업공개를 통한 유동성 확보 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2016년 신용 등급 하향 조정 트리거, 알짜 자산 매각 추진

패션 브랜드로 출발한 이랜드그룹은 2010년대 초·중반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확장했다. '의·식·주·휴·미·락'을 포트폴리오 키워드로 삼고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나아갔다. 사업은 성장했지만 레버리지에 기반한 확장 전략은 구조적인 재무 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6년 말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315%에 달했다.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월드의 신용 등급을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그룹은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랜드리테일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선택지였다.

이 시기 '티니위니' 브랜드를 8770억원대에 중국의 패션업체 브이그래스에 매각을 추진했다. 1997년 탄생한 티니위니는 체크무늬 남방과 가방 등은 미국 명문 사립고교 복장(프레피룩)을 연상시키며 국내에서 20대 초반 여성들의 선호 브랜드로 꼽혔다. 2004년 중국 진출 후 곰 캐릭터를 앞세운 영향에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때 중국에서만 매출이 5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효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하이퍼마켓 '킴스클럽' 매각을 추진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진 않았다. 대신 알짜 브랜드였던 티니위니 매각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다. 2017년에는 홈퍼니싱 전문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매각하며 약 7000억원을 추가로 유입시켰다. 같은 해에는 이랜드리테일의 프리 IPO 일환으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자본도 확충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7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98%, 차입금 의존도는 41.9%로 낮아졌다.

재무 체력 강화 작업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9년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를 중국 기업에게 약 3000억원에 매각을 진행했다. 2019년 말 부채 비율은 174.8%로 2016년 대비 140%포인트 이상 개선됐다. 3년 간 단기성 부채를 2조원 가까이 축소했고 유동비율을 100%를 넘어 서며 재무 건전성 회복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팬데믹은 이랜드그룹의 재무 안정화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유통 중심 포트폴리오는 방역 제한과 외부 활동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이츠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부채비율이 반등했다. 온라인 채널 강화와 리브랜딩으로 패션과 외식 사업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유통 구조의 변화 속에 이랜드리테일의 부진은 장기화됐다.

2019년 2조원이 넘던 이랜드리테일의 매출은 이듬해 1조7562억원으로 줄었고, 2257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2021년 적자 규모를 200억원대로 축소했지만, 2024년까지 5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핵심 사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IPO 추진 동력은 약화됐고, 이는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 압박으로 이어졌다.

◇계열사별 CFO 참여한 '자산 전략 TF' 가동, 이랜드이츠 상장 카드 부각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말 자산매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올해 들어서는 계열사별 CFO 중심으로 TF 참여를 확대하며 매각 검토 범위를 그룹 전반으로 넓혔다.

과거에는 재무 부담이 컸지만 영업활동으로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방어할 수 있었다. 최근 영업 현금창출력이 둔화되며 단순한 부채 축소를 넘어 신규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자산 유동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앞선 전략에 비춰보면 알짜 계열사 IPO를 통한 유동성 확보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을 받는 계열사는 외식 사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이츠다.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에서 분사한 직후 2019년 SG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메자닌 발행과 함께 3년 11개월 내 IPO 미이행 시 콜옵션을 행사하는 조건을 담아 상장을 전제로 한 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로 외식업 실적이 타격을 입으며 상장 일정은 사실상 보류됐다.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그룹의 효자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작년 말 모회사 이랜드파크가 37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125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며 이랜드이츠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제시했다. 상장을 전제로 한 조건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며 다시 IPO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자산매각 TF에 각 계열사 CFO가 참여하면서, 법인별 비핵심 자산 및 유휴 자산에 대한 유동화를 상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보유 자산은 영업을 지속하되 어떤 방식으로 유동화할지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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