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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에 있는 '두 개의 박물관' [thebell note]

권순철 기자공개 2025-06-13 08:13:59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의 과거와 국내 자본시장의 발자취를 보고 싶다면 부산국제금융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이곳 51층에 위치한 자본시장역사박물관은 거래소가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지와 함께 자본시장이 발흥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전달한다. 이젠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유가증권과 화폐들도 전시되어 있다.

수천여점의 유물이 모인 부산 박물관에서도 관람할 수 없는 게 있다. 현실에서 여전히 필요하지만 각종 제약으로 쓰이지 않고 먼지가 쌓인 것들은 다른 박물관의 전시대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거래소가 상장예비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들었지만 의도와는 정반대로 유명무실해진 상장 심사 제도가 잠들어 있다.

코스닥 상장 재심사는 먼지만 날리던 제도 중 하나다. 거래소는 발행사가 상장위원회로부터 미승인을 받으면 그보다 상위 기관인 시장위원회의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왔다. 그러나 위원 구성이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불복이 의미가 없다"는 스탠스가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눈치 보이는 일이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최근에는 완전히 유물 전시대로 옮겨진 모양새다. 재심 조건이 '상장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되면서다. 물론 발행사는 이의 신청이란 절차를 준용해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거래소에서조차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상 쓰이지 않는" 조항이다. 이제 이론적으로만 가능해진 선택지인 셈이다.

물론 무리한 재심 청구가 가져올 혼란을 생각하면 불복 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것도 이해된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함에도 당국의 눈치를 보며 행사하지 못하는 건 엄연히 다른 경우다. 이노그리드나 제노스코처럼 규정 상 미승인 불복 절차를 따른 것인데 오히려 '비정상'이란 꼬리표가 붙으면 그 제도엔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박물관에 정상적인 것들만 전시되는 건 아니다. 역사와 스토리를 가진 유물들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와 감동을 전달한다. 아쉽게도 현행 재심 제도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부산에 있는 자본시장역사박물관 외에 거래소가 굳이 하나의 박물관을 더 운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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