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2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0%까지는 맞춰야 합니다. 그 임계점에서 한 노치(notch)만 낮아져도 지원하는 인재의 면면이 달라져요."최근 만난 한 기업 CFO의 말이다. 초봉 얘기다. 그가 몸담은 기업은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경계선에 있다. 그의 말인즉 같은 업계 대기업 초봉의 90%는 따라가야 '연착륙형 인재'가 유입된다는 뜻이다. 대기업에도 입사할법 하고 중견기업 지원자 중에서는 톱티어인 인재들.
비슷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감지된다. 특히 고급 인력을 바라고 인재 확보가 곧 경쟁력인 산업들은 이 경향성이 뚜렷해졌다. 미국 로펌 업계가 대표적이다. 수도 워싱턴 로펌의 신입 연봉이 수직상승하면서 지역 기반의 중견 법무법인들도 초봉을 85~90%까지 끌어올렸다.
초봉이 곧 어느 수준의 인재까지는 감당하겠다는 선언이 된 셈이다. 직무가 아니라 단가로 인재 수로가 정해진다.
그래서 초봉 책정은 재무관리의 영역에 포함된다. 경기경색과 대내외적 환경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OCF)은 여유롭지 않다. 동시에 고정 인건비는 매년 오르고 있다. 고정금을 줄이기 어렵다면 구성의 질과 단위의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다.
초봉은 그 중 가장 앞단의 수다. 조금 더 주고 더 나은 인재를 확보하는 선택은 단기 인건비를 높인다. 하지만 재무 입장에서는 이직률, 적응 실패, 교육비용을 줄여 장기적으로 회수 가능한 항목이기도 하다. 초봉을 높이는 결정이 아니라 단위 인건비당 회수 가능성을 재설계하는 셈이다.
중견기업의 경우 초봉은 조직 레벨을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복지나 스톡옵션 등 대체 보상이 제한된 만큼 숫자 자체가 외부에 던지는 신호가 된다. 기업마다 감당 가능한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기준은 재무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이나 IT서비스처럼 고정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선 판단이 더 정교해진다. 채용 실패에 따른 비용 낭비는 고정비 부담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CFO가 초봉 책정에 개입하거나 최소한 그 구조에 민감해지는 이유다.
초봉은 모든 구성원의 임금 중 가장 적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속사정을 따져보면 그 역할이 만만치 않다. 사실 기업이 제공하는 임직원의 연봉 정보 중 가장 투명한 숫자가 최고위급 임원이거나 신입사원이라는 점도 재미있는 요소다.
어느 수준의 사람을 감당할지에 대한 설계는 비용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90% 초봉의 경제학 속, CFO가 HR도 겸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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