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업계 체력 점검]저평가 '고착화'...덩치에 따라 기업가치 '희비'⑤‘최대 가치’ 환영철강 6600억, 한국특강 1000억 하회
이호준 기자공개 2025-06-17 13:53:54
[편집자주]
철근은 한동안 철강 업계의 믿을 만한 수익원이었다. 건설 경기가 좋았을 땐 판재 부문에서 난 손실까지 떠안으며 전체 실적을 지탱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는 꺾였고 공급은 그대로다. 구조조정을 거론하는 시각과 수요 반등을 기다리는 시선이 함께 있다. 다만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한 기업이 유리하다는 평가엔 큰 이견이 없다. 더벨은 철근 시장 주요 기업들의 재무 구조와 리스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6일 10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철근 제조사들이 경영 체질을 다듬고 재무구조를 강화했지만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건설경기 부진 속 수요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며 실적 회복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이에 시가총액과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업체별 시장 몸집도 확연히 갈린다. 향후 수급환경 변화나 구조조정 가능성이 부상할 때 각사 대응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상장 철근사 가운데 대한제강, 한국철강, 한국특강 3사의 시가총액은 1000억~4000억원대다. 6월 13일 종가 기준 대한제강은 약 3992억원, 한국철강은 3579억원, 한국특강은 978억원으로 집계된다.
비상장사인 환영철강공업과 한국제강은 시가총액 대신 순자산가치가 비교 지표로 쓰인다. 환영철강공업의 순자산가치는 2025년 1분기말 기준 6628억원, 한국제강은 2024년말 기준 4050억원이다. 비상장사까지 포함하면 환영철강공업이 가장 큰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시가총액과 순자산가치 모두 소폭 확대된 모습이다. 하지만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업체는 여전히 없고 비상장사도 순자산가치 1조원을 돌파한 곳은 없다. 철근업의 구조적 성장 한계와 내수 건설경기 의존도가 기업가치의 상한선을 일정 수준에 묶어두는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이 크게 변하지 않은 가운데 이익 감소로 분모가 줄어들며 PER이 상승한 셈이다. 한국특강은 2023년 당시 PER 2.93배였으나 최근 적자 전환으로 PER 산출이 불가능해졌다. 성장 기대보다 실적 위축이 PER에 투영되고 있다.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시 저평가 상태가 굳어지고 있다. 이 기간 대한제강이 0.34배에서 0.37배, 한국철강은 0.32배에서 0.40배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0.4배 안팎이다. 한국특강은 0.61배에서 0.44배로 낮아졌다. 모두 1배를 밑돌며 시장은 이들 기업을 청산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형국이다.
업계는 이러한 격차가 향후 구조조정 지형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수요 부진이 지금보다 더욱 장기화되거나 판도 변화가 시작될 경우 덩치가 큰 업체가 생존력과 협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황기 몸집 격차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0년 철근 시황 악화 당시 대한제강은 와이케이스틸 지분 51%를 468억원에 인수한 뒤, 이듬해 19%를 421억원에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대한제강은 제강능력을 170만톤 수준으로 키우며 동국제강과 비슷한 체급이 됐다. 불황 속 체력이 있는 기업이 기회를 활용해 몸집을 불린 대표 사례다.

당시 와이케이스틸 순자산가치는 약 4000억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주요 철근사들의 4000억~6000억원대 시가총액과 순자산가치는 시장에서 인수 가능한 중소형 매물로 평가될 수 있다. 한국특강은 시가총액이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지고 적자 전환까지 겹쳐 부담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는 배당 확대와 축소로 엇갈린 유동성 활용 흐름을 보인다. 한국철강은 주당배당금을 300원에서 800원으로 늘리며 투자자 환원을 강화했다. 대한제강은 780원에서 500원으로 줄였고, 한국특강은 여전히 무배당 기조다.
배당 확대는 일정 수준의 현금 체력을 갖췄다는 신호이고, 유보 확대는 방어적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흐름이다. 철근 시장 장기 불황 속에서 이들 기업이 유동성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몸집을 키울 기회를 잡을지, 수세적 대응에 머물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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