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직이론, 조직행동론의 대가인 미국의 칼 E. 와익(Karl E. Weick) 미시간대 교수는 1984년 '작은 승리 전략(Small Wins Strategy)'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이 전략은 큰 문제를 작고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고 하나씩 해결해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그는 어떤 문제를 거대한 규모로 인식하면 인지적 한계, 감정적 부담 등으로 인해 혁신적인 행동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큰 문제 앞에 두려움, 무력감, 회피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과제를 작게 나누고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면 동기 부여와 자신감을 키우게 된다. 작은 승리는 또 다른 행동을 이끌어내고 도미노처럼 큰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서 전세를 뒤집은 결정적 장면으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인천 상륙작전이 있다. 이 두 작전은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모두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전쟁에서는 꼭 판세를 단번에 뒤집는 대규모 작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제3차 이프르 전투에 더글러스 헤이그 장군은 '물고 버티기(bite and hold)' 전술을 활용한다. 적의 방어선을 소규모로 점령하고 해당 지역을 견고하게 방어해 반격을 저지하는 전술이다. 이를 통해 상대방을 점진적으로 압박한다.
#최근 2년여간 삼성전자를 둘러싼 최대 이슈는 단연 반도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경쟁사에 밀리면서 부진이 심화됐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하면서 4만원대를 나타내면서 주주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5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은 조용한 반전에 집중했다. 전 부회장이 취한 조치에 반도체업계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DS부문은 조금씩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메모리사업부는 AMD에 HBM3E를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닌텐도 스위치2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칩셋 생산을 도맡고 있다. 스위치2가 흥행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AMD에 HBM3E 공급과 스위치2 칩셋 생산은 일각의 분석처럼 과소평가 당할 대상은 아니다. HBM3E 기술력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고 파운드리사업부의 추가 수주 가능성을 만들어낸 중요한 계기다.
그동안 삼성전자 DS부문에 필요했던 건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는 승리의 경험이었다. 이번 수주는 DS부문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그리고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는 오랜만에 찾아온 값진 '승리의 경험'이다.
이제 삼성전자는 AMD라는 고객의 신뢰를 확고하게 지키면서 또 다른 승리들이 필요하다. 연쇄적인 경험은 DS부문 구성원들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기는 습관'을 만들게 된다. 결국 거대한 벽처럼 보이는 과제를 넘어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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