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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태동 20년]'2005년 설립' 모험자본 마중물, 12조 VC시장 '일등공신'①자펀드 결성액 44조 달해…콘테스트 제도화로 VC업계 선진화 주역

최윤신 기자공개 2025-06-18 08:03:09

[편집자주]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가 이달 말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키워 온 1등공신이자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의 성장을 견인해 온 모태펀드에게 약관(弱冠)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더벨이 모태펀드의 20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7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벤처투자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 모태펀드였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 와해된 벤처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모태펀드는 당초의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며 한국의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

2005년 결성돼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모태펀드는 벤처투자 시장의 '마중물'로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년간 한국 벤처투자 시장 규모를 10배 이상으로 키운 것으로 집계된다. 정부가 모태펀드에 출자한 금액의 4.5배 가량이 스타트업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태펀드의 역할은 단순히 자금 투입에 한정되지 않는다. 모태펀드 운영사인 한국벤처투자가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남긴 무형의 공헌들도 간과해선 안된다. 투자규약 표준화를 통해 벤처투자 시장의 기틀을 잡았고 경쟁 방식의 콘테스트를 제도화하며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벤처캐피탈(VC)들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게 벤처캐피탈 업계의 평가다.

◇VC시장 재건 역할, 정책출자금 4.5배 스타트업에 투자

모태펀드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황무지가 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4년 말 정부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통해 벤처기업 정책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2005년 6월 말 모태펀드의 결성과 동시에 이를 전담해 출자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KVIC)가 출범했다.

2024년 말 기준 모태펀드 운용현황 /자료=한국벤처투자

중소벤처기업부 계정 하나로 시작해 다수의 부처가 산발적으로 관리하던 진흥기금 등이 모태펀드로 모여들며 운용자산이 빠르게 늘어났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05년 출범 첫해 1700억원으로 시작한 모태펀드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9조8617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4월 말 기준으로는 10조8513억원까지 늘어났다.

모태펀드가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약 20년간 출자한 자펀드는 1327개에 달한다. 자펀드의 약정총액은 43조9454억원으로 모태펀드 출자금액의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출자금이 4.5배로 불어나 스타트업 투자재원으로 변모한 셈이다.

실제 모태펀드의 출범 이후 20여년간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성장은 가팔랐다. 2008년 연간 1조2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지난해 11조9000억원가량으로 약 10배 늘었다.

모태펀드가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지대하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정책출자 성격을 가진 기관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모태펀드만큼 많은 금액을 다수의 펀드에 출자하는 기관은 없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내에서 결성된 전체 벤처펀드(신기술사업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의 결성금액 10조5550억원 중 모태펀드의 출자 비중은 12.8%에 달한다. 대부분의 금액이 벤처투자조합이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으로 향하기 때문에 벤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나온 유니콘 기업 46개사 중 85%인 39개사가 모태펀드 자펀드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이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1252곳 중 절반인 603곳이 모태 자펀드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자금을 기반으로 결성된 모태펀드는 정책적 목적에 따라 출자하지만 수익성도 우수한 편이다.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결성한 펀드 중 청산이 완료된 조합은 308개로 약정총액으로는 8조9268억원에 육박한다. 이들의 연평균 수익률(IRR)은 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산 조합의 3분의 1 가량이 IRR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청산펀드의 70%가량이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투자가 '고위험 투자'라는 인식을 줄이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수 VC가 출자사업으로 경쟁력 입증하며 성장

정책목적의 펀드에 출자하면서도 수익성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모태펀드의 콘테스트 제도 덕분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모태펀드 운영사인 한국벤처투자는 출범 시점부터 정책자금의 투명한 배분을 위해 정책목적별로 분야를 구분하고 콘테스트 방식의 출자사업을 통해 위탁운용사(GP)를 선정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모태펀드의 뒤를 이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정책자금 운용사들이 콘테스트를 도입했고 다수 연기금과 공제회 등에도 옮겨갔다.

주목적투자비율을 제안하고 서류심사와 정성평가를 통해 우수한 성과를 가진 VC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한 콘테스트 방식은 모태펀드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VC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의 콘테스트 덕분에 출자자 네트워크보다는 하우스의 경쟁력이 중요해진 문화가 VC업계에 정착됐다"고 돌아봤다.

콘테스트는 신생 VC들의 진입기회를 확대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모태펀드 출범 이후 설립된 다수의 VC들이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통해 하우스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중대형 하우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모태펀드가 한국 벤처투자 시장에 '표준'을 정립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VC업계에서는 모태펀드의 표준 규약을 기반으로 내부 규정을 정한다. 계약서와 정관, 투자약정서 등도 마찬가지다.

VC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나 민간 출자자들이 모태펀드가 정한 표준을 따라 벤처 출자에 나서고 있다"며 "모태펀드가 벤처펀드시장 전반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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