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19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 왔습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회장이던 2020년 5월 6일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당시는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던 때다.
시간이 지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2023년 8월 29일 발표한 2022년 연간보고서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준감위 1기 위원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위원회 활동 중 가장 잘한 일로 "이 회장에게서 4세 승계포기 발언을 이끌어 낸 것"을 꼽았다.
#이달 15일 이 회장의 아들 지호씨가 대한민국 해군 장교로 입대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선천적 미국 시민권자다. 또 군복무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병사로 입대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해군 장교의 길을 택했다.
재벌이나 사회 고위층 자제 중에는 미국 등의 국적을 보유한 경우가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성실하게 군복무를 한 인물들도 적잖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공군 통역장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육군 701특공연대 장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해군 장교)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다수의 대기업집단은 '오너 경영 체제'다. 하지만 선진적 지배구조 도입, 상속세로 인한 지배력 약화 등으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총수는 물론 자녀들도 고민이 갈수록 커지는 국면이다.
삼성의 경우 가문의 관점에서 보면 경영권을 4세에 넘기지 않더라도 훗날 이 회장의 자녀들은 대주주로 남게 된다. 부친이 보유한 삼성물산 등의 주식을 향후 증여나 상속받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아도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확보하게 된다.
경영 참여가 완전히 불가능한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 회장의 5년전 발표는 '입장문'이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회장이 그룹을 이끄는 동안에 발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경영권을 승계하는 수준은 아니어도 4세가 그룹사에 몸담고 일할 수도 있다. 삼성의 변심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환경 변화 등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호씨가 자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특히 그가 지닌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간과됐다. 군입대가 이런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시민권 포기와 장교 복무는 삼성가의 뜻이 아니라 전적으로 지호씨의 결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군입대에 대해 격려가 쏟아지면서도 먼 미래에 관한 얘기들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도 고민스럽겠지만 어쩔 수 없는 '재계 1위' 그룹의 숙명이다. 지금처럼 한국경제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한 지배구조와 창업 가문에 대한 비상한 관심은 지속된다.
지호씨의 군입대는 경영권 승계 여부를 떠나 자기가 바꿀 수 없는 귀속적인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생을 개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하든 첫 단추는 잘 끼웠고 삼성에도 큰 도움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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