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게임사 랭킹]그라비티, 전체 자산의 80% '돈'⑧[현금보유율]경영 안정성 '최고', 자본 효율성 '부진'…넥슨게임즈도 50%↑ 눈길
황선중 기자공개 2025-09-22 13:01:09
[편집자주]
게임사의 경쟁력은 말보다 숫자가 잘 보여준다. 매출증가율,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배율,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경영 지표를 살펴보면 어떤 회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또 어떤 회사가 뒤처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보면 업계 전반의 흐름과 구조적 과제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국내 주요 게임사 20곳의 상반기 실적과 재무를 바탕으로 게임업계 상황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7일 13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사는 오랜 기간 공들인 신작이 실패하는 순간 벼랑 끝에 내몰린다. 이때 현금을 쌓아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생존력은 전혀 다르다.그렇다고 현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자칫 성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서다. 게임사마다 각기 다른 현금 보유 전략을 갖고 있는 이유다.
◇그라비티, 상반기 현금보유율 79.8%
올해 상반기 국내 20대 게임사 중에서 총자산 대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그라비티였다. 그라비티는 총자산 7224억원 가운데 5768억원을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해 현금보유율 79.8%를 기록했다. 20대 게임사 평균치(25.1%)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2위인 넥슨게임즈(50.5%)와도 30%p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이런 구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그라비티의 현금보유율은 꾸준히 80% 전후에서 움직였다. 매년 영업활동으로 창출하는 1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소진하지 않고 고스란히 쌓아둔 결과다. 실제로 2020년 말까지 2000억원 미만이었던 현금성자산 규모는 4년여 만에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 배경에는 과거의 쓰라린 경험이 있다. 2012년 야심차게 내놓은 '라그나로크 온라인2'가 실패하면서 매출은 512억원(2012년)에서 3년 만에 162억원(2015년)으로 급감했고 적자도 발생했다. 그라비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지만 다행히 총자산의 절반 가량을 현금으로 들고 있던 덕분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금성자산이 많다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들이 현금을 적극적으로 신작 개발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동안 현금을 그대로 묶어두면 자본 효율성은 떨어지고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커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라비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있는 그라비티 주가는 3년 넘게 60달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는 매출도 전년 대비 30.9% 감소하며 다시 역성장 위기를 마주한 상태다. 매출 대부분을 '라그나로크'라는 하나의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한다는 오랜 단점조차 수년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넥슨게임즈·넥슨도 나란히 50% 넘어
그라비티 다음으로 현금보율이 높았던 넥슨게임즈는 총자산 4440억원 가운데 2241억원을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며 현금보유율 50.5%를 기록했다. 그라비티만큼은 아니지만 넥슨게임즈 역시 5년 이상 꾸준하게 40% 이상의 기록적인 현금보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에는 무려 69.2%까지 찍었을 정도다.
그라비티와의 차이점은 자산 구성이 비교적 다변화돼 있다는 점이다. 넥슨게임즈는 현금성자산(50.5%) 외에도 유형자산(19%), 투자부동산(11.8%), 무형자산(7.9%)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성자산을 곳간에 쌓아두고 게임만 개발하는 그라비티와는 달리 넥슨게임즈는 현금 일부를 부동산 등에 쏟으면서 자산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모습이다.

3위는 넥슨게임즈를 지배하는 넥슨(50.3%)이 차지했다. 넥슨의 경우에는 현금보유율보다 현금성자산 규모가 더 눈길을 끌었다.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만 무려 6조572억원으로 게임업계 최대였다. 나머지 19개 게임사의 현금성자산을 모두 합산한 금액(6조771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넥슨은 막대한 현금성자산을 바탕으로 10종 이상의 대형 신작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면서 공격적인 주주환원정책까지 병행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자사주 매입에만 3조원 가까운 현금을 투입했다. 최근 넥슨이 전설적인 해외 축구선수를 초청한 이벤트 '아이콘매치'를 개최했던 것도 풍부한 현금 여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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