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컨소 합종연횡 활발, 고객 접점 보유 승패 가를 것"[스테이블코인 어드바이저]황현일 세종 변호사 "신용카드업 타격 불가피, 자본금 '구간형 규제' 고려할만"
김경태 기자공개 2025-09-23 07:47:00
[편집자주]
미국에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통과되고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추진되면서 본격적인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크립토업계와 금융권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주목하는 곳이 많다. 전통적인 화폐와 비교해 지닌 장점 때문이다. 다만 여러 변수와 리스크도 적잖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에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들의 중요도가 덩달아 커진 모양새다. 스테이블코인 자문 베테랑들을 만나 시장 현황과 전망 등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8일 14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주요국뿐 아니라 여의도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법안 마련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도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과 IT기업 전반에 걸쳐 컨소시엄 구성과 전략적 제휴가 이어지며 본격적인 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더벨과 만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자가 결국 고객 접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향후 신용카드사들은 데이터 기반 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결제수단을 넘어 금융 인프라 자체를 재설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테더·서클 같은 글로벌 발행자들이 이미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자체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달러화 중심의 종속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 합종연횡 활발, 고객 접점 보유 관건…신용카드사 타격"
황 변호사는 최근 금융기관, 핀테크, 플랫폼 기업들로부터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문 요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결제·정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새롭게 정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라며 "테더와 서클이라는 글로벌 사업자가 등장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변화는 시장 판도뿐만 아니라 규제 환경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라며 "특히 미국이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선제적으로 설계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이에 뒤처지지 않도록 규제 완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내 시장 보호를 넘어 글로벌 경쟁 질서 속에서 통화 주권을 어떻게 지켜낼지가 향후 10년 금융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최근 기업 간 합종연횡이 워낙 활발해 하루가 다르게 판도가 바뀌고 있다"라며 "결국 승패는 누가 더 많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화폐의 성격을 갖는 만큼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가장 넓은 고객 접점을 가진 프로젝트가 압도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동시에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틈새형 스테이블코인들이 병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전통금융(TradFi)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 신용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 등 기존 금융 인프라 전반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 변호사 역시 "기존 금융권 역시 스테이블코인 시대에 걸맞춰 사업모델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며 특히 신용카드 산업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용카드는 앞으로 결제의 '인터페이스'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소비자들은 익숙한 카드 결제를 유지하겠지만 실제 이면의 결제 프로세스는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신용 공여 기능이 없기 때문에 보유한 현금 이상의 소비가 필요한 경우에만 기존 신용카드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신용카드사는 단순 결제망을 넘어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데이터 에이전트 기업'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산업 도약 절호 기회…자본금 구간형 규제 접근 필요"
최근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기술적 투명성, 규제 준수, 그리고 글로벌 이용자의 신뢰가 결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라며 "누가 더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할 수 있고 개방적이며 협력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가느냐가 새로운 시대의 통화 패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과 금융권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단순히 제도를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운영 역량과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관건"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총 5개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최종적으로 정부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여러 의원 안들이 병합·조정되는 과정을 거쳐 정부 주도의 안을 중심으로 수정·의결되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발의된 법안에서 차이가 있는 점 중 하나는 자본금 요건이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자본금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발행잔액 규모에 따라 구간을 설정해 자기자본 요건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리스크 기반의 '구간형(티어드) 규제' 접근은 다양한 혁신 시도를 수용하면서도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 6년전 메타 '리브라' 프로젝트 자문…"자문 역량 선제적 구축"
세종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금융 혁신의 핵심 의제로 인식하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황현일 변호사는 이 TF의 핵심 전문가로 금융위원회 행정사무관 출신이며 가상자산과 토큰증권 분야에서 풍부한 자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TF에는 금융위원회 금융데이터정책과 출신의 김영진 변호사, 금융정보분석원(FIU) 출신의 강련호 변호사, 미국을 비롯한 해외 가상자산 규제에 정통한 김무늬·장우진 변호사, 그리고 전자금융 및 외국환거래 전문가인 오재청 변호사가 합류해 국내 금융기관과 플랫폼 기업들에게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황 변호사는 세종의 차별적 강점으로 2019년 메타(당시 페이스북)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Libra)'에 한국 측 자문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꼽았다. 리브라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촉발한 프로젝트다. 당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수십억 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통화 바스켓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제공하는 구상을 담고 있었다.
그는 "당시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달러와 유로 등으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직접 검토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활용성에 대해 깊은 이해를 축적할 수 있었다"라며 "이렇게 다른 로펌보다 선제적으로 쌓은 경험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활용 자문 과정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프로필
△2006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2005년~2010년 삼성증권 상품개발팀
△2013년 서강대 법학전문대원 졸업,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
△2013년~2016년 금융위원회 행정사무관
△2016년~현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22년~2024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2022년~현재 대한변호사협회 금융변호사회 부회장,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2023년~현재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자문위원
△2024년~현재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 심의위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감사,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마이데이터 전문가 상시자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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