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니아 R&D 리바운드]먼저 본 siRNA 가능성, 무르익은 시장 두토끼 잡는 '소비재'②자체 플랫폼 'SAMiRNA'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 해외 무대로 승부수
김성아 기자공개 2025-09-24 08:53:19
[편집자주]
1992년 '바이오'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불모지에 대한민국에서 첫 바이오 벤처로 등장한 바이오니아. 1990년대부터 유전자 합성 기술이라는 첨단 기술 영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여전히 건재한 과학적 기반을 통해 신약 도전을 한다. 건기식이라는 탄탄한 캐시카우까지 장착한 바이오니아의 R&D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08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니아의 핵심 기술은 자체 siRNA 플랫폼인 'SAMiRNA'다. 기존 siRNA의 한계였던 안정성과 세포 투과성 문제를 개선했다. 바이오니아는 이를 기반으로 특발성 폐섬유화증(IPF)부터 대사이상 관련 간질환(MASH)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신약 개발은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업력이 30년이 넘은 중견 바이오벤처라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를 해결해줄 새로운 돌파구가 바로 화장품 즉 '소비재'다. 캐시카우로서의 기능은 물론 신약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의 반응을 먼저 살필 수 있는 묘수가 된다.
◇SAMiRNA 첫 제품화, 탈모화장품 '코스메르나' 탄생
바이오니아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10년대부터 siRNA 신약 개발에 도전했다. 2014년 범부처전주기 신약개발사업 과제에 IPF 치료제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팬데믹과 원료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프로젝트 속도가 지연됐다. 당초 2020년 본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IPF 치료제 후보물질은 2021년까지도 1상 IND 신청이 진행되지 못했다.
치료제 개발이 더뎌지면서 바이오니아는 자체 기술 활용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플랫폼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바이오니아가 선택한 건 '기능성 화장품'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분야다.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는 궤를 달리한다. 의약품의 전문적인 치료 기능과 효과를 포함하기 때문에 약국이나 병원에서 한정적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규제가 완화되면서 온라인 몰 등 유통 채널이 더욱 다양해졌다.
바이오니아는 2018년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을 추가하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SAMiRNA 기술이 접목된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가 그 주인공이다.

기존 도포용제 '미녹시딜' 등이 두피의 혈관을 자극해 모발 성장을 촉진했다면 코스메르나는 SAMiRNA 기술을 바탕으로 모낭 내 안드로겐 수용체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킨다.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모낭에 작용해 모발의 굵기와 밀도가 낮아지는 안드로겐성 탈모는 전체 탈모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커 기존 치료제로는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으로 분류된다.
코스메르나에 활용된 SAMiRNA 물질은 신약 개발 물질과 경제성이나 효능 측면에서 다른 물질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다. SAMiRNA 신약 개발도 난치성 질환을 타깃하고 있고 코스메르나의 타깃 시장인 탈모 역시 난치로 분류되는 만큼 기술에 대한 시장의 반응 등을 먼저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바이오니아는 화장품으로 먼저 진출한 탈모 시장을 추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TA(치료영역)로 보고 있다. 우선 코스메르나로 시장의 반응을 살핀 뒤 추후 치료제 개발까지 계획 중이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은 "현재 자체적으로 코스메르나의 라인업을 더 늘리면서 탈모와 관련된 모든 타깃 RNA들을 제품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화장품을 통해 시장의 저변을 넓힌 뒤 원형 탈모 등 일부 심각한 케이스에 대해서는 의약품 개발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중동 등 해외 시장 포커스 "캐시카우 성장 기대"
코스메르나는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20여개국에 진출해 판매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능성화장품 허가를 받지는 못했다.
식약처가 코스메르나 허가를 수년 째 거절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효과에 있다. 코스메르나의 주성분이 siRNA의 일종으로 의약품 수준의 약리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깃 부위인 두피 외 전신작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내 판매가 가로막히면서 코스메르나는 야심찼던 첫 출발과 달리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있진 못하다. 지난해 코스메르나 매출은 약 24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연매출 300억원을 목표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외 판매가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송사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영업에 큰 힘을 주지는 못했다. 2019년 첫 기능성화장품 심사 제출 이후 올해까지 6년째 식약처와 다툼을 이어오고 있는 바이오니아는 결국 코스메르나 성장의 주 무대를 아예 해외로 돌렸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사업부 재편도 단행했다.
사업부 헤드를 전무급으로 끌어올리고 해외 영업 인력도 대폭 확대했다. 특히 핵심 시장인 미국에 제품 판매 경험이 있는 인력을 영입하면서 해외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바이오니아는 해외 시장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코스메르나가 자회사 에이스바이옴의 효자 제품 '비에날씬' 만큼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siRNA가 화장품 업계에는 신물질이다 보니 허가 등 기반 마련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진입해 매출을 늘릴 계획"이라며 "코스메르나는 자체 원료 생산 설비 개발로 인한 비용 절감으로 원가율을 크게 낮췄기 때문에 수익성 궤도는 빠르게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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