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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투자 설계자' 조여준 더벤처스 CIO, 글로벌 네트워크형 전문가삼성·구글 산업계 경력, 세컨더리·프로젝트펀드 영역 확장

이영아 기자공개 2025-09-26 08:02:45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09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투자는 '숨은 진주 찾기'에 비유되곤 한다. 진주는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조개에 불과하지만 올바른 안목을 가진 이가 껍질을 열어야만 세상에 드러난다. 벤처캐피탈리스트 또한 잠재된 가능성과 지속 가능한 가치를 읽어내며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어린 시절 영국과 헝가리에서 자란 조여준 더벤처스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넓은 세계를 경험하며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이는 훗날 투자 철학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 소외된 창업자, 저평가된 산업에 주목해 가능성을 발견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조 CIO는 의미있는 가치를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내 글로벌 무대에서 잠재력이 재평가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일을 강조한다. 그는 더벤처스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리밸류에이션(재평가)'을 이끌겠다는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

◇성장 스토리: 산업·투자계 거친 '만능 플레이어'

1981년생 조 CIO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커리어는 삼일PwC 공인회계사로 시작했다. 이후 헤지펀드 운용사 '아시안 센추리 퀘스트캐피털(ACQ)'을 거쳤다.

본격적인 벤처투자 커리어는 삼성전자에서 출발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산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에서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했다.

조 CIO는 "영국과 헝가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미국에서 학업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시야가 넓어졌다"면서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유망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일뿐만아니라 유수 글로벌 VC 출자 업무도 두루 경험하며 벤처투자 시장에 큰 관심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본격 벤처투자자로 전향하고자 마음을 먹은 그는 글로벌 VC 퀄컴벤처스(Qualcomm Ventures)로 적을 옮겼다. 퀄컴벤처스는 미국의 반도체 및 통신 장비 기업 퀄컴(Qualcomm)이 설립한 VC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패러다임에 맞춰 유망 기업을 발굴했다.

조 CIO는 "퀄컴벤처스에서는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유망한 한국 기술 스타트업을 살피는 역할도 했다"면서 "당시 한국의 모바일 혁명을 이끌고 있는 두나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에 투자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을 두루 아는 배경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커리어를 확장하면서 KB인베스트먼트로 적을 옮긴다. 당시 KB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투자 보폭을 키우고자 여러 국가에서 딜소싱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중 조 CIO는 인도 지역에 집중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두루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했다.

여러 하우스를 거치며 투자활동을 전개하면서 직접 산업계로 뛰어들어 현장의 기술을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조 CIO는 구글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구글플레이 사업 개발 업무를 했다. 그 과정에서 네이버,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과 협업을 했다.

투자업계와 산업계를 두루 거치며 기술 이해도와 투자 철학이 깊어진 조 CIO는 다시 VC로 합류한다.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패스트벤처스에서 파트너로 활약했다. 이후 올해 더벤처스 CIO로 합류했다. 설립 11년을 맞은 더벤처스의 첫 CIO로 화제를 모았다.



◇투자철학: '저평가의 재평가' 시니어 산업 주목

조 CIO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저평가의 재평가'로 요약했다. 쉽게 말하면 시장에서 잠재력이 보이는 '차익'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학력이나 성별 등과 같은 비본질적인 이유로 저평가받는 창업자, 혹은 특정 시점에 과소평가된 산업에서 장기적 잠재력을 읽어낸다.

그는 "좋은 주식과 좋은 회사는 다르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닌 겉으로는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 CIO는 "그렇기에 학력이나 배경, 성별 등 비본질적 요소로 인해 소외받는 창업자에게서 오히려 더 큰 잠재력을 본다"면서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만큼 성과를 입증해내기 위해 오히려 더 끈질기고 지속 가능한 노력을 바탕으로 혁신을 만드는 저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적으로는 두 가지 축에 주목한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필연적으로 열리는 시니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조 CIO는 "단순히 뜨는 분야가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내는 확실한 수요가 있는 분야"라며 "이 분야에서 장기적 히어로가 될 창업자를 찾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AI를 도구가 아닌 '선택의 관문'으로 보고 그 관문을 통과해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AI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와 소비재 등 소비자 선택의 '끝단'을 장악할 기업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트랙레코드: 두나무와 토스, 스피니(Spinny)

그동안 삼성전자, 퀄컴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패스트벤처스 등을 거쳐 투자활동을 이어온 조 CIO는 의미있는 포트폴리오가 상당했다. 이중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포트폴리오는 두나무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다. 모두 퀄컴벤처스에서 투자했다.

두나무는 퀄컴벤처스가 투자한 국내 10호 포트폴리오이다. 당시 모바일을 활용한 빠른 정보 공유와 분석으로 개인 증권투자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었다. 지난 2017년 500억원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현재 10조원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토스' 개발사 비바리퍼블리카 또한 주목할 포트폴리오이다. 2018년 퀄컴벤처스에서 5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에도 기업가치는 1조원을 웃돌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금융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10조원 이상으로 시장에서 거론된다.

KB인베스트먼트 재직 당시 투자한 인도 포트폴리오도 의미있는 딜이 많았다. 인도 중고차 플랫폼 '스피니(Spinny)'가 대표적 사례이다. '인도판 헤이딜러'로 불리는 스피니는 인도 중고차 시장 투명화를 이끌며 현지 시장 점유율 2위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았다.

◇향후 계획: '프로젝트·세컨더리' 주목, 글로벌 진출

더벤처스에서 조 CIO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다채롭다. 그는 더벤처스를 '채워야 할 도화지'라고 표현한다. 지금까지 본인이 다져온 규모 있는 투자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더벤처스의 미래를 그릴 빈칸을 채우겠다는 포부다.

특히 강조하는 영역은 세컨더리펀드다. 한국 스타트업의 엑시트(회수) 경로가 막힌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자본을 연결하고 국내 기업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략이다. 100억원 규모 프로젝트펀드도 결성해 티켓사이즈(건당투자금액)도 키울 계획이다.

그동안 민간 유한책임출자자(LP) 중심 펀드레이징을 진행해온 더벤처스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출자사업(콘테스트) 도전을 통한 규모있는 펀드 결성도 열어뒀다. 조 CIO는 다양한 펀드 결성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딜 발굴과 투자 실행을 총괄할 예정이다.

포트폴리오사의 해외 진출 지원에도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해외 생활 경험이 풍부한 더벤처스 심사역들과 함께 직접 글로벌 소비자 피드백을 수집하고 글로벌 VC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의 확장 가능성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조 CIO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글로벌 무대에 올릴 '브릿지 VC'로서 더벤처스를 키워 가려 한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려 할 때 가장 먼저 찾아 조언을 구할 수 있는 VC가 되고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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