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R&D 인재들이 밤새 머리를 맞대 만든 1200원짜리 제품을 어떻게든 1000원까지 낮춘다고 칩시다. 하지만 중국은 비슷한 스펙의 제품을 하룻밤 사이 100원짜리로 10개 찍어냅니다. 솔직히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한 국내 통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사장이 미팅에서 한 말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 속에서 국내 통신 소부장 업계의 생존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의 설명에는 일리가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서방 세계에서 중국산 배제를 이끌었다. 중국 정부는 생존을 위해 기술 인재를 대거 양성했다. 이 인재들이 최근 대학교를 졸업해 산업 현장에 투입되면서 기존의 막대한 생산 캐파와 인재들의 '소프트파워'가 더해져 엄청난 시너지가 나고 있다.
국내 통신 소부장 업계에 미친 충격은 꽤 컸다. 국내 기업은 1990년대 초 관련 기술을 연구하면서 관련 특허를 쌓는 데에만 30여년을 쏟았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수년 만에 해냈다. 아울러 중국의 '996 문화(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9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주6일간 실시)'는 중국 통신 장비 기술력을 더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통신 소부장이 '국가 기간 중 기간'이라는 점이다. AI, 플랫폼, 블록체인 등 사실상 모든 IT 기술은 통신 인프라 없이 작동할 수 없다. 그 인프라를 구성하는 건 통신 소부장 기업이다. 중국 소부장 기업이 국내 통신 소부장 시장을 장악할 경우 국내 IT 서비스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을 업은 중국 기업과 정면 대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내 통신 소부장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결국 '특화'다. 아무리 중국의 기술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국내 기업이 여전히 강한 영역은 분명히 있다.
쏠리드는 경기장이나 백화점, 병원 등 대형 실내 시설 내 통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특화돼 있다. 이 분야에서 쏠리드는 세계 톱3 기업이다. 에치에프알은 5G 특화망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 기업 '스타링크'와 결합한 제품을 올해 3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2025에서 선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무기는 돌팔매와 매끄러운 돌 5개 뿐이었다. 갑옷, 칼 없이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무기로 3미터의 거인을 제압했다. 국내 통신 소부장 기업이 자신만의 도구로 골리앗과의 싸움을 어떻게 영리하게 풀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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