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린홍원 대만 금주간(今週刊) 고문은 몇 달 전 열린 한 세미나 자리에서 TSMC의 이사회 풍경을 전했다. 주말을 끼고 사흘간 이어지는 이사회는 첫날 저녁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시작된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이사들은 인재전략과 투자환경 같은 주제를 테이블에서 자연스럽게 꺼낸다. 이사회가 단순 의결기구를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하는 셈이다.이런 장면이 연출되는 건 TSMC 이사회 글로벌기업 CEO 출신으로 채워져 있어서다. 독립이사 7명 중 6명이 글로벌기업 CEO 출신이고 국적 또한 미국 5명, 영국 1명, 대만 1명으로 다채롭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외견상 TSMC와 비슷하다. 이사회 규모는 10명 안팎이고 사외이사 비중도 70% 내외다. 하지만 이사진의 출신과 경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교수와 법조인, 전직 관료 중심으로 사외이사진이 꾸려졌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글로벌 밸류체인과 자본시장의 흐름을 예민하게 읽어내야 하지만 이사진의 국적과 주 거주지는 대부분 한국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이사회에서 글로벌기업 CEO들이 경험과 통찰을 나누는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이에 따른 한계가 체감되는 분위기다. 한 사외이사는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기업인 출신이 많아져야 이사회에서 현실적인 얘기가 오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기업 CEO 등이 이사회에 합류해야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과 투자자의 시선이 논의에 녹아들고 의사결정의 무게중심이 국내 제도 준수에서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설명한다. 낮은 보수와 제도 탓에 이사회가 국내 출신의 학계와 법조인, 전직 관료 중심으로 채워졌다고 말이다. 국내법상 사외이사 겸직은 최대 두 곳으로 제한돼 대외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이를 상쇄하려면 보수를 높여야 하지만 통념상 사외이사 연봉은 기껏해야 1억원 선이다. 최대 10억원에 육박하는 TSMC 사외이사 보수와 대조적이다.
물론 이사진의 출신과 경력이 이사회의 역량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면서도 이사회가 국내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사업 무대에 비해 이사회의 국경이 좁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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