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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표적된 중견 지주사]풍산, 투자자와 소통 나선 배경 ‘우호적 행동주의’행동주의 펀드 등장에 물적분할 철회와 자발적 주주환원으로

임효진 기자공개 2025-09-26 16:53:27

[편집자주]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온 중견 지주사의 공통점은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으면서도 유보현금을 쌓아둔 경우였다. 두 조건은 모두 배당 확대 요구의 근거가 됐다. 지금까지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더 센 상법’이 시행되면 비슷한 장면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주의의 표적이 된 중견 지주사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5일 11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 풍산은 물적분할 계획 발표를 한달 만에 철회했다. 앞에서는 풍산 주주연대가 뒤에서는 VIP자산운용이 압박해 왔다. 이후 VIP자산운용은 ‘우호적 행동주의’에 나섰다. 풍산홀딩스는 최근까지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우호적 행동주의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공격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경영진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공개적인 캠페인보다는 비공개 대화를 선호하고 신뢰 형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한달만에 물적분할 철회…행동주의 펀드 존재감 증명

풍산홀딩스와 풍산은 2022년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이유로 행동주의 대상이 됐다. 풍산홀딩스는 전형적으로 저평가된 전통산업 지주사였고 풍산은 주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다고 밝혔다. 원인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파급력은 배가됐다.

풍산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섰을 때 풍산홀딩스 지분 5%를 보유한 VIP자산운용은 관망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풍산이 풍산홀딩스에 들어온 VIP자산운용의 존재를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풍산홀딩스는 풍산의 최대주주로서 물적분할로 피해를 보는 입장이었다. 풍산이 물적분할과 함께 상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풍산의 주가는 떨어졌다. 풍산 지분 38%를 보유한 풍산홀딩스 주가도 이로 인해 같이 하락했다.

따라서 풍산홀딩스의 주주들이 나서서 물적분할을 반대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때 VIP자산운용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서 주주제안권,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 이사 해임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업계에서는 풍산 한달 만에 물적분할 계획을 철수했던 데는 풍산홀딩스를 통해 풍산을 지켜보는 VIP자산운용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VIP자산운용이 풍산홀딩스 주주로서 버티고 있던 것이 풍산 주주연대에 힘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동주의펀드 지분 늘리던 중 자사주 취득·소각 발표

풍산이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하고 3일 뒤 VIP자산운용은 풍산홀딩스 지분을 6.53%로 확대했다. 이후 VIP자산운용이 공개적 움직임을 보인 적은 없지만 4개월 후 풍산홀딩스는 86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 10월 VIP자산운용은 풍산홀딩스 지분을 10%까지 늘렸다. 이듬해 풍산홀딩스는 자기주식 211억원을 취득했다고 밝힌 뒤 72억원 규모 자기주식을 소각했다. 비교적 최근인 올해 2월까지도 41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을 발표했다.


VIP자산운용은 현재까지 풍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우호적 행동주의를 통해 풍산홀딩스가 주주환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풍산홀딩스는 현금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들지 못하기도 했다. 풍산홀딩스가 2023년 배당성향 15.8%, 배당수익률 3.8%를 기록하며 밸류업 지수에 들기 위한 배당성향 23.9%에 미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풍산홀딩스 관계자는"중장기적 차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사주 소각의 경우 배당과 병행함으로써 주주환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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