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25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 M&A 이벤트가 포스코에게는 딱이다. 노려 보고 있던 기업이 알맞은 타이밍에 잘 나오기도 했고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그룹과 장인화 회장을 둘러싼 잡음들을 후선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했다. 포스코의 자가발전이어도 좋고 산업은행의 떠넘기여도 좋다.과거에도 늘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HD현대와 한진, 하림 등은 조용하다. 산은의 진의를 타진하면서 뒤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으리라. 이러다 또 한쪽이 손을 번쩍 들고 나오면 HMM 인수전은 달아오를 것이다.
누구에게나 다 사연이 있겠지만 포스코에게 HMM은 특별한 의미다. 그룹의 생존을 위해 변화가 꼭 필요했고 이 변신을 위한 승부수가 HMM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의 지난 10년은 새 먹거리를 찾아온 여정이었다. 이차전지 원료와 소재 사업이라는 신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저수익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구조조정은 포스코에게 상수였다.
하지만 결과물이 별로 좋지 않다. 업황 부진에 신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감을 더 고조시키는 건 그 10년 사이 든든한 본체인 철강산업이 하향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2010년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든든한 캐시카우가 돼주고 있는 정도다. '또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포스코 안팎에서 확인된다.
그 절박함은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강하다. 제철산업으로 국가경제를 책임져 온 포스코에 대한 애정을 넘어선 애국심 그 언저리의 감정일 것이다. 청암 박태준 회장의 제철보국 레거시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여전히 포스코맨들을 만나면 과거의 영화를 회상한다. 그리고 포스코를 그룹의 절대적인 존재로 각인시키려 한다. '포스코는 여전히 위대하다'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실패하면 우향우 해서 영일만에 빠져죽자', '짧은 인생을 영원한 조국에', '제철보국을 우리 인생의 신조로 삼자'던 박태준 회장의 전설같은 이야기와 포항제철에 대한 종교에 가까운 그 신념은 포스코맨들의 자부심이자 존재 이유다.
하지만 과거를 버려야 현재를 산다. 포스코맨들의 기저에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는 '제철보국' 레거시를 털어내야 한다. 아니 청암의 정신에 기대고 있는 그 안일함을 스스로 깨야 한다.
박태준 회장은 지금의 포스코그룹에게, 그리고 포스코맨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청암의 그 큰 뜻을 이루려면 결국 그걸 버려야 하는 역설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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