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공룡 한국 진출 러시]USDC 서클, 아시아 '기술 파트너' 승부 통할까③금융사에 솔루션 제공 목표…외환규제·통화주권 리스크 '염두'
노윤주 기자공개 2025-09-29 09:13:59
[편집자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구 5100만명 국가이지만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세계 3위에 달한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놓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특정금융거래정보법 등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이들이 사업을 전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한 우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년째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의 매력과 글로벌 크립토 기업들이 현재 직면한 장벽들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08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지니어스 액트가 통과되면서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마련됐고 이에 발맞춰 아시아 각국도 관련 법안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국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 정부의 지지를 받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이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최근 서클 주요 경영진이 방한해 국내 은행과 블록체인 기업들을 만나고 갔다. 이미 일본에서 SBI그룹과 탄탄한 관계를 구축한 서클이 한국에서도 핵심 파트너를 만들어 B2B 솔루션을 판매하겠다는 복안이다.
◇북미·유럽서는 직접 발행…아시아에서는 기술 파트너 전략
서클팀은 지난달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을 필두로 한국을 찾았다. 주요 금융권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협업 논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데이비드 앨런 카츠 서클 아시아태평양 전략정책 담당 부사장이 서울을 포함해 일본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을 순회하고 있다.
서클의 전략은 명확하다. 타국 통화의 스테이블코인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서클은 현재 미국 달러 기반 USDC, 유로화 기반 EURC 그리고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등 실물자산 기반의 USYC 등을 발행해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서구권 국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아시아 기업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다는 게 서클의 생각이다. 규제부터 현지 활성화 전략까지 북미, 유럽지역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서클이 직접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외국계 기업에게 허가하기에 각 국가 금융당국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서클은 우회전략을 찾았다. 기술 파트너로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진입한다. 이미 충분한 발행 노하우를 갖고 있는 서클이다. 검증된 기술과 솔루션을 발행사에게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서클은 이미 유사한 전략을 일본에서 펼치고 있다. 올해 초 일본 SBI그룹과 '서클 SBI 재팬 케이케이(Circle SBI Japan KK)'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그간 일본에서 유통되지 않았던 USDC를 SBI가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하고 코인시장은 물론 금융권에도 전담 유통하기로 결정했다. 추후 B2C 뿐 아니라 B2B 영역까지 확산하는 게 목표다.
USDC를 직접 활용한다는 점에서 디테일은 한국 공략 전략과 조금 다르다. 하지만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않고 또 현지 기업에게 운영 대부분을 맡긴다는 큰 틀에서는 한국 공략 방식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CPN·아크 블록체인으로 B2B 생태계 구축
결국 서클의 한국 진출 핵심은 B2B다. 최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건 서클 페이먼츠 네트워크(CPN)다. CPN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 상대방을 검증하는 결제망 연결 서비스다. 서클은 직접 자산 송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플랫폼 제공사 역할만 한다.
CPN의 핵심 기능은 실시간 외환거래(FX) 견적과 최적 환율 자동선택(스마트라우팅)이다. 가격과 운영 선호도에 경쟁력 있는 환율과 중개기관을 즉시 연결하고 환율 변동 리스크를 제거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송금에는 USDC를 활용한다. 수수료가 기존 국제 송금보다 매우 낮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CPN은 확장에 걸림돌이 있다. 바로 외환규제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외환 거래를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내서도 외환거래법을 개정해야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채택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PN 확장이 막힐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또 다른 상품은 아크 블록체인이다. 서클이 직접 개발한 일명 '스테이블코인 전용 블록체인'이다. USDC는 현재 24개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서 발행되고 있다. 서클은 상당 기간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하지 않고 여러 블록체인을 통해 USDC를 분산 발행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규제 환경 급변, 스테이블코인 채택 활성화에 따라 사업모델 구축 차원에서 아크 블록체인을 만들었다. USDC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결제·송금을 위한 빠른 속도와 높은 처리 용량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 전송수수료를 USDC로 납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코인을 구매해둘 필요 없이 USDC 하나만 보유하면 된다.
스테이블코인 전용 블록체인은 이미 글로벌 대세로 떠올랐다. 두나무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을 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종류의 코인을 보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발행사 역시 자체 코인 대신 안전성이 검증된 이더리움 혹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수수료를 내기를 원한다. 이에 철저히 기업 수요에 맞춘 블록체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두나무 기와체인이 장점으로 고객신원인증(KYC) 정보 연결을 내세웠는데 서클의 아크 블록체인도 독보적 장점이 있다. 바로 '선택적 정보 비공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본래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이 거래 내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할 수 있다. 이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클은 기업이 사용하는 블록체인인 만큼 중요한 정보는 비공개 처리할 수 있게 설정했다. 정보는 담고 이를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설정한 셈이다.

서클은 이런 B2B 솔루션으로 기존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대체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CPN에 참여하면 글로벌 송금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아크 블록체인을 통한 국내 결제 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서클의 기술 파트너 전략이 직접 진출을 시도하는 다른 해외 기업들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우회 전략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외국계 기업 수용 여부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서클이 현명한 노선을 택한 것 같다"라며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주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아무리 단순 솔루션이더라도 주요한 축을 맡는 데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테더 대신 자국 기업 서클을 밀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런 반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연착륙하는 게 서클의 가장 큰 미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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