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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조 이사회 재편 트리거]2조 임박한 계룡건설, 올해도 차입금으로 방어할까②상법 개정으로 거버넌스 위협 장치 적용 부담…과거 행동주의 펀드 타깃 오르기도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29 08:18:33

[편집자주]

연말을 앞두고 상장사 이사회 재편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산이 2조원 이상으로 불어나면 현행법에 따라 이사회 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산업계 안팎의 사외이사 수요는 유례없이 커지기도 했다. theBoard는 이사회 확대 재편을 앞두고 있는 기업 면면을 분석, 이사회 체계화를 통해 해당 기업들이 가져올 효과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4시1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장 30년 차를 맞는 계룡건설산업은 이사회 확대 개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별도기준 자산이 2조원을 초과하면서 이사회 재편 필요성이 커졌지만 연말 차입금을 상환, 자산 규모를 줄여 개편 작업을 미뤘다. 계룡건설 자산은 올 상반기 2조원을 또 넘어섰다. 하반기 재무활동에 따라 자산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인데 시장에선 이사회 개편에 따른 부담을 고려한 액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집중투표제·3%룰, 기존 거버넌스에 위협

계룡건설이 현재 2조원대 자산 규모를 연말까지 유지할 경우 여성 사외이사 포함 최소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해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하고 동일 성별만으로 이사진을 구성할 수 없다. 계룡건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7명의 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현재 정관상 계룡건설 이사회는 3명 이상이고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채우면 된다.

여성 사외이사를 기용할 경우 계룡건설로는 첫 여성 이사를 기용하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계룡건설 이사회는 줄곧 남성만으로 구성해 왔다. 계룡건설의 창업주 이인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서서 회사를 이끌었던 시기와 이 전 회장 별세 후 이 전 회장 막내아들 이승찬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이사회 규모를 9명 안팎에서 현재 수준으로 줄였을 뿐 이사회 구성원 성별 다양성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이사회 재편이 이뤄지면 사외이사진이 이사회 과반수를 점하게 되는 의미도 있다. 현재 계룡건설 이사회에는 개인 최대주주인 이승찬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데다 사내이사가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내이사 절반이 이사회에 일부러 결석하지 않는 한 사외이사가 의견을 관철하기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사회 운영 규정 상 이사회 의결은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6월 말 계룡건설 1만2762명의 일반주주가 가진 지분은 총 49.1%. 일반주주가 연합해 지분 25% 이상을 갖게 되면 사외이사 선임을 주도할 수 있다. 과거 계룡건설은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매집, 경영권 분쟁 촉발 가능성이 고조된 바 있다. 현재 계룡건설 PBR은 0.2배이고 현금성 자산 규모가 커 향후 주가 상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에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되면서 이사회 확대 재편 시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일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견이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2~3대 주주 의견이 중요해진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라면서 "원하지 않는 이가 감사위원으로 들어와 회사를 뒤엎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외이사 수가 지금보다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사외이사가 독립적 의견을 경영진에 개진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계룡건설은 최근 20년 간 세무사와 변호사, 전직 경찰 및 검사 등 경영 경험이 전무한 인사들로 사외이사진을 꾸려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세무사와 변호사의 경우 오너 및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고 전직 관료의 경우 경영 경험이 없다는 점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 연말 차입금 집중 상환, 자산 1조원대 사수

관건은 회사가 이사회를 확대 재편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다. 계룡건설 자산이 2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자산이 2조원 이상으로 커졌지만 연말께 1조원대로 줄어들면서 이사회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통상 연말 자산 규모에 따라 이사회 구성 기준이 바뀌곤 한다. 연말 자산 규모가 1조원대로 작아진 데는 계룡건설이 연말 차입금 중심으로 부채 규모를 인위적으로 줄인 결과다.

지난해 4분기 동안 계룡건설은 2013억원 규모였던 단기차입금을 1805억원으로 208억원 가량 줄였으며 350억원 규모의 유동성 장기차입금을 대부분 상환해 7억원 규모로 축소했다. 장기차입금도 1497억원에서 1283억원으로 214억원 줄였고 580억원 규모 회사채를 400억원대로 축소했다. 자금의 원천이 된 건 현금성 자산이다. 지난해 9월 말 계룡건설은 2835억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계룡건설의 경우 올 상반기 420억원의 반기 순이익을 기록, 현금성자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규모가 자연 감소하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 지난 6월 말 기준 향후 1년 이내 상환일이 도래하는 회사채는 18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연말 자산 변동 규모를 가늠하긴 어렵다"면서 "연말 일부 차입금 상환 계획 및 여력과 현금흐름 등을 종합 판단할 것"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역할이 전례없이 커진 상황에서 이사회를 전면 개편하는 데 수반되는 부담은 상당하다"며 "아무리 지배주주 입김이 세다고 하더라도 주주환원을 비롯해 각종 사업추진에 따른 이견들이 분출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룡건설은 최근 7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 지난해는 주당 400원씩 35억원을 배당했다.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7%대로 시장 평균 34% 수준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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